6화 : 기계는 잘 고치는데, 내 마음은 왜 어려웠을까

마음 정비도 매뉴얼이 있었다니

by 자아

배에 다시 오른 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웅웅거리는 거대한 엔진 소리와 코끝을 찌르는 기름 냄새, 진동이 가득한 선실. 환경적으로 통제된 이곳은 사실 마음의 평온을 찾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요즘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맑다.


마음이라는 고난도 기계를 대하는 태도

나는 기계를 다루는 사람이다. 기계가 알람을 울리면 원인을 찾고, 필요하다면 정비를 해서 다시 돌아가게 만든다. 기계는 정직하다.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내 마음이 삐걱거릴 때는 왜 그런지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오늘 기분이 별로네" 하고 넘기거나, 술과 담배로 일시적인 해소책만 찾았을 뿐이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겹겹이 껴입은 에고(Ego)라는 이름의 갑옷이, 정작 나를 얼마나 무겁고 숨 가쁘게 만들고 있었는지 그때는 깨닫지 못했다. 내 마음은 매뉴얼도 없는 고난도 기계라고만 치부하며 방치해왔던 셈이다.


감정의 원인을 '로그(Log)' 분석하듯

인문학을 공부하며 깨달은 사실은 마음에도 아주 정교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나는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기계를 점검하듯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며 '로그 분석'을 시작한다.

현상: 누군가의 한마디에 갑자기 욱하고 화가 치민다.

로그 분석: 외부 자극이 들어왔을 때, 내 자아가 그것을 '무시' 혹은 '공격'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상대의 의도와 나의 인식이 충돌하는 지점을 찾아낸다.

진단: 1) 상대가 정말 무례한 경우라면 논리적으로 대응하거나 무시하면 그만이다. 2)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서로 다른 문화나 인종,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다름'일 뿐이다.

이렇게 원인을 분석하고 나면 신기하게도 화가 금방 가라앉는다. 외부 자극은 내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자극에 대한 '해석과 반응'은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날것의 데이터를 마주하니,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은 공포가 아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내 안의 기어를 바꾸니 세상이 맞물려 돌아간다

회사를 옮겨 새로운 배에 오르며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다. 전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환경과 좋은 동료들을 만난 것이다.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해석해본다.

내 마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니, 마치 운명이 나를 돕기로 작정한 것처럼 모든 상황이 선순환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환경 탓을 하며 날을 세웠을 상황에서도 평온을 유지하니, 그 평온함이 좋은 인연과 기회를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기분이다. 내 안의 기어를 바꿨더니, 세상이라는 거대한 엔진도 비로소 부드럽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엔진 소리 속에서 찾은 진짜 충만함

이제 엔진룸의 소음은 내 평온을 깨뜨리지 못한다. 외부 상황은 늘 변하겠지만, 내 마음이라는 기계를 관리하는 '마스터 키'를 내가 쥐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나를 알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이 시간이, 차가운 쇳덩이 사이에서 나를 웃게 만든다.


요즘 내 삶은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다. 이 행복이 넘쳐흘러서 진정한 사랑으로,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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