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왜 why so serious 한가요?

[3부: 치유] 지금 나를 만나러 갑니다

by 네오

※ 책에 나오는 ‘주치의’는 과거 치료받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주치의와의 대화 내용은 주치의의 허락하에 진료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먼저 사회적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다. '생애 첫 타인'인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아이 인생 전반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부모와의 안정적인 애착 관계 형성은 아이의 대인관계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평생을 좌우하게 된다. 아이는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어릴 적 부모와의 관계를 재현한다. 아빠는 무서웠고 엄마는 불편했다. 그런 내가 집을 나가 만나는 세상 사람들이 편할 리 없었다. 어릴 때는 사회공포증. 사춘기 때는 범불안장애로 성인이 되어서는 불안의 종결판인 공황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 진지함에 관한 정신과 진료 녹음 파일 -


나> 그리고 이것도 샘한테 지적받은 건데..


주치의> 아이쿠. 지적이라뇨ㅠㅠ 죄송해요 ㅠㅠ


나> (웃음) 저도 그렇게 느꼈는데 제가 매사에 진지하고 진중하고 유머를 다큐로 받아들인다고 하셨잖아요.


주치의> 아! 그건 지적이 아니고


나> 이게 방어기제에요? 이런 것도? 저는 왜 이렇게 진지하고 심각해요?


주치의> 왜냐하면 불안하거든. 사람이. 늘 이게.. 항상 모든 증상들이 말이 방어기제지. 저는 방어기제라는 말을 개인적으로 생존 본능이라고 말씀드립니다. 결국은 그렇게 내가 느껴야지 안심이 되는 거에요. 일단은 예능이라 해도 일단은 다큐로 받아들여야지 그나마... 만약에 진짜 다큔데 예능이면 어떡하겠어요? 그죠?


나> 음.


주치의> 그만큼 뭐랄까. 트라우마 잔상이 오래 남는 거죠. 그래서 그거는 문제도 아니고 오히려 약간 좀 씁쓸하다? 비극이다.


나> 너무 진지하고 심각해서 항상...


주치의> 그 심각한 게 뭐냐면 결국은 생존! 늘.. 그런데 그거는 나쁜 것도 아니고.


나> 내가 살려고 그러는 거에요?


주치의> 네. 그리고 아까 얘기 나눴던 큰 전제. 큰 전제를 생각하십시오. (감정은) 자연과 똑같다. 그 구분 또한 나쁘고 좋은 게 없거든요.




트라우마의 잔상은 생각보다 깊다. 집에서 안정감을 못 받은 아이가 밖에 나가서 잘 지낼 리가 없었다. 바깥세상은 내게 안전하지 못한 곳으로 인식되기 충분했다. 우리 뇌에 '편도'라는 부위가 있다. 편도는 주요 기억 저장고이며 아주 즉각적이다. 한 번 각인된 기억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일명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저장고이다. 아주 예민하지만 정보가 정확하진 않다는 함정이 있다. 트라우마 관련 속담에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가 있는데 과잉 활성화되는 것이 늘 문제. 나처럼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편도에 문제가 있다. 중립 자극도 자꾸 편도로 들어와 과잉 활성화되어 대뇌 전두엽은 자꾸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리게 된다.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흐려질 뿐이다. 보호받고 싶었다. 부모로부터 어른들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아동으로써 응당 누려야 할 내 권리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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