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라는 방어기제

[3부: 치유] 지금 나를 만나러 갑니다

by 네오

어린 시절 겪은 일화, 심리적 고통, 일일이 다 언급하지 못한다. 내 기분은 항상 번지 점프대 위에 생명 줄 없이 서 있는 기분이었다. 그 엿 같은 기분과 공포가 평생을 지배했다. 하지만 티 내지 않았다. 작은 실수도 용납해 주지 않았던 집안 분위기. 작은 결함조차 감싸주지 않던 학교, 사회.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했던 세상. ‘있는 그대로 나’를 수용 받거나 이해받은 경험, 없다.


외부 세계의 피드백은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사고가 다 틀렸다고 여기게끔 만들었다. 그래서 난 아주 어릴 적부터 ‘나는 잘못된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자아가 형성되었다. 어딜 가든 생존의 위협을 느낀 나는 집, 어른, 선생, 사회가 좋아할 만한 칭찬 받는 아이로 스스로를 만들었다.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잔소리를 들어 본 적 없는 뭐든지 알아서 척척 잘 해내는 병든 강인한 아이가 되어갔다. 겉 포장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외모든 공부든 성격이든 그 무엇이 되었든 간에. 칭찬받을수록, 사람들이 좋아해 줄수록 내면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완벽주의는 생존 본능이자 방어기제일 뿐이었다. 부모가 날 버릴지도 모른다는 유기 불안, 약육강식 세상에서 가장 먼저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무의식적 두려움. 나는 단지 생존하고 싶었다.


- 완벽함에 대한 정신과 진료 녹음 파일 -

나> 제가 내린 결론이 이거에요. 결함 없이 스스로를 완벽한 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 이런 불우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봐라, 내가 세상의 도움 없이도 잘 자랐다. 그게 내가 세상과 결탁하는 방법이었고, 세상을 향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복수라고 판단을 했었어요.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잘 해야 된다. 칭찬받아야 한다. 예뻐야 한다. 착해야 한다. 이 명제들이 내가 사는 세상에 내가 생존할 수 있었던 방법이었어요.


주치의> 동감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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