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심연]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다
※ 책에 나오는 ‘주치의’는 과거 치료받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주치의와의 대화 내용은 주치의의 허락하에 진료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정신과 진료 녹음 파일>
나> 제 초미의 관심사에요. 고통 없이 죽는 거. 그래서 샘한테 그거 물어보려고 했어요. 안락사 주사 있냐고.
주치의> 그게 결코 안락하지 않다니깐! 고통 없이 죽는 거 진짜 힘들어요.
나> 살다 보니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내 마음대로 안락사도 못해?
주치의> 그래서 사람들이 (안락사하러) 스위스 가잖아요.
나> 샘 나는 왜 죽을 때 가장 행복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죠?
주치의> 아니 그게 리비도(libido: 삶의 본능)와 타나토스(Thanatos: 죽음의 본능), 삶과 죽음을 동등하게 존중해야 하는데..
나> 저는 장례식장만 가면 마음이 편하거든요? 돌아가신 분한테 저는 참 잘 돌아가셨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거든요. 어떻게 돌아가시든 간에!
주치의> 그래서 RIP(Rest In Peace)가 있는 거예요.
나> 왜 장례식장만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모르겠어요.
주치의> 아니 그게 정상이라니깐요!
나> 진짜요?
주치의> 네! 그게 맞다니깐요!
나> 그래서 아무한테도 얘기를 못 했어요. 난 장례식장 가면 너무 기쁘거든요.
주치의> 맞아요!
나> 아! 이 세상을 드디어 떠나셨구나!
주치의> 그렇지. 그게 맞다니깐요. 그래서 제가 늘 강조 드렸던 것이 죽음도 우리 뜻대로 안 되는 건데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 이 명제가 좋은 게.. 이 뭐야.. 네오 님의 깨달음? (죽음에 대한) 분석이라고 해야 될까? 이런 어떤 죽음에 대한, 삶에 대한 미련이 없다면 그러면 불안도 없어지는 게 이론상으로 맞습니다.
나> 자꾸 공허하고 지루한 시간이 너무 싫어요.
주치의> 공허하고 지루한 것도 잘 살펴보면 삶에 대한 미련이 있기 때문이에요. 삶에 대해 바라는 것이 없으면 공허할 수가 없습니다. 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면 되거든.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돼요.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자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생각, 자살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 자살 생각을 안 하는 사람도 있구나. 어떻게 그럴 수 있지?’라는 게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내 의문이다. 자살 사고(suicide thinking)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되었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죽음에 대한 동경이 구체적인 방법까지 찾아보게 할 만큼 강했던 것 같다. 확실히 현실 도피적 욕구가 나한테는 강했던 것 같다. 그만큼 나는 내가 사는 현실에서, 내가 처해진 환경에서, 내가 겪고 있는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