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계속 먹으라고요?!

[4부: 심연]무의식 속으로 들어가다

by 네오

※ 책에 나오는 ‘주치의’는 과거 치료받았던 정신과 의사이며 주치의와의 대화 내용은 주치의의 허락하에 진료과정을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알코올 의존 정신과 진료 녹음 파일>


주치의> (상략) 그래서 공황장애가 불안의 끝이잖아요? 공황장애 환자들 대부분이 알코올 의존으로 갑니다.


나> (술 먹은 증상 설명 중) 그러고 술 먹고 깨면 다시 나로 돌아오잖아요.


주치의> 아니. 그게 반대 라니깐요! 술 먹고 다시 깼을 때가 오히려 미안하지만 정서 신경학적으로 약간 취약할 때이고 술이 들어가 줘야지 그때가 진짜 본인이에요. 그래서 몸이 찾는다니깐요. 늘 말씀드렸듯이 항상 여기(병원) 오시는 분들 언제 약 끊어요? 약 언제 그만 먹어요? 하시잖아요? (언제 끊어야 될지) 몸이 안다고.


나> 지난번에 '해리' 얘기하셨잖아요? 그래서 제가 이거 알코올 하고도 연결 지어 봤는데 제가 술 먹으면 필름 끊기거든요? 정말로 샘 말했다시피 제 안에 진짜 해리 증상


주치의> 음음


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진짜 그게 막 나오는 거에요. 근데 그게 두려운 거예요. (기억을 못 하니깐)


주치의> 으음~


나> 그래서 제가 끊었거든요. 정말.. 알코올..


주치의> 그러니깐 두려움이 도로 문제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나> 근데.. 저.. 제가 아닌 것 같아요. 기억도 못 하고


주치의> (상략) 젤 많은 해리가 블랙아웃(black out: 필름 끊김 현상)이고 블랙아웃이 있는 분들 대부분은 어릴 때 Child-Trauma(아동기에 겪은 상처)가 있고 여하튼 늘 긴장 상태니깐. 마찬가지로 건강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가 심하잖아요? 그러니깐 같은 술을 먹어도 필름이 끊길 때는 ‘아 내가 지금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하구나’ 생각하시면 돼요. 여하튼 결론은 그렇네요. 약간 medical(약물 처방)한 게 필요한. 오히려 결론이 너무 식상한데 (웃음) medical(약물 처방)이 좀 필요하다. 소량이라도. (약 먹으라는 얘기) 그러니깐 저는 반주 정도는.. 해도 된다는.


나> ㅋㅋㅋㅋㅋㅋㅋ(술을 권하는 의사라니? 그래서 빵 터짐)


주치의>(진지 모드)아니 진짜로. 어차피 왜냐하면은 원래 술이라는 게 CNS(중추신경억제제)거든요. 흥분제 아니거든요. 중추신경억제제에요. 뭐냐면 신경을 근데 우리가 술을 먹으면 왜 흥분되냐면 locking(잠그다). 잠가 놨던 거를 억제. 눌러 놨던 거를 풀어버리거든요. 그래서 2차적으로 흥분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지금은 술은 흥분제가 아니고 불안을 완화시키는 오히려 (본인한테는) 안정제.안정제 대신에 술을 먹는 거죠. 술을 마시는 본질이 불안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약을 써버리면 끝나요. 자동으로 술이 안 당겨요.


나> 도와주세요, 선생님.


주치의> 넵.


나> 샘 제가 일상을 어떻게 사는지 아시겠죠? 긴장도 많이 하고..


주치의> 예! 맥주 살찌니깐 소주나 (웃음) 약간 반주 정도는 하시는 게 좋겠어요. 진짜


나> 샘 저 얼마나 간절하겠어요? 술에 대해서.


주치의> 근데 왜 끊었어요? 그러니깐


나> 싫어요. 용납 못하겠어요.


주치의> 그러니깐 그게 문제에요. 용납 못하는 게 이게 가짜 자기에요. 그게 교만이에요. 제가 늘 얘기했듯이. 교만.


나> 아니.. 샘.. 감당이 안 돼요.


주치의> 아! 그러니깐 술을 계속 한 병 다 마시는 건 아니고 그냥 입만 좀 반주 정도. 반주.


나> 아. 긴장이 완화될 정도로?


주치의> 예! 특히 저녁때. 불안이 높으신 분들은 아침보다는 우울한 사람은 melancholy(우울) 해서 아침에 제일 안 좋은데 불안이 있는 분들은 누적이 되거든요. 누적. 항상 누적돼 있기 때문에 저녁에 젤 심하거든요?


나> 근데 반주 그게 알코올 중독 아니에요?


주치의> 아닙니다! (알코올 중독 설명 중) 그게 중독이에요. 알코올 남용이죠.


나> 샘 그러니깐 저보고 약처럼 마시라는 거죠?


주치의> 아니 그것보다는 술에 대해서 관대해져란 말이에요.


나> 관대하라고요? (의아해하며)반대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주치의> 아니요! 지금은 관대해져야 돼요.


나> 흠... 제가 어떻게 끊은 술인데


주치의> 아니 술을.. 술 끊어야 된다고 다들 누가 모르나? (중략: 내가 고쳐야 되는 행동과 직면 시키는 중)


나> 제가 두렵나 봐요. 받아들이기가. 그래서 로봇 같은 모습으로 일상을...


주치의> 네. 근데 그다음에 해법을 몰랐던 거죠. 그나마 차선책으로 썼던 거죠. 본인한테는 술이 약입니다.

(중략)


주치의> 그렇지. 그래서 오늘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자면은 (술 먹고 난 뒤)그게 진짜 본인 모습이라고 믿으셨으면 좋겠어요.


나> (...)


주치의> 음.



정신과 치료라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말로 털어놨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많은 걸 내려놓을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술을 마셔댔는지, 한 번 마셨다 하면 왜 자꾸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셨는지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종류 불문하고 술만 보면 그렇게 위안이 됐었는데...


인간의 모든 행동이란 결국 생존 위한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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