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상처일수록 치료가 어려운 이유

[5부: 성장] 내 인생의 마지막 공부, 불교

by 네오

심리학, 정신의학에서는 어릴 때 경험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법륜스님께서도 태교와 3살까지 양육을 엄청나게 강조하신다. 왜 어릴 때 상처를 중요하게 여길까? 내가 겪은 경험을 비교해 가며 이 물음에 답을 하고자 한다.


1. 어린 시절 경험

- 방임과 학대, 유기 경험, 가정 불화, 아빠의 신체적 폭력과 위협, 엄마의 정서적 학대

- 심리적 손상: 100% / 트라우마 지속도: 평생/ 신체 증상: 자율신경계 이상


어릴 때 내가 부모로부터 받은 신체적 폭력과 심리적 상처는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을 따라다닌다.(ing)


강렬한 각인.

지금도 내가 느꼈던 공포심과 신체 반응은 IMAX 4D 상영관처럼 생생히 재현된다.


2. 25살 경험


술 처먹고 삼촌들과 숙모가 집에 들이닥쳤다.

병든 아빠, 나약한 엄마를 평생 괴롭히던 쓰레기 같은 인간들.


나는 그런 엄마 아빠를 지켜주고 싶었다.


아빠한테 뭐라 뭐라 씨부리던 그들에게 나는 아빠가 아픈 사람이니 그만할 것을 요청했고 나의 시건방진 행동에 눈이 홱 돌아버린 삼촌은 나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맞고 있는 딸을 보고 있을 부모가 어디 있으랴. 엄마는 삼촌을 말리다가 삼촌에게 내동댕이 쳐졌고, 내동댕이 쳐진 엄마를 보고 눈이 뒤집어진 내가 이번엔 삼촌을 가격했다.


그러다 오지게 더 맞았다.


자기 남편이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자식 잃은 경험이 있는 미쳐버린 숙모는 주방에서 식칼을 찾아 대기 시작했다.


"(날 향해) 이 ㅅㅂ년아, 오늘 내가 니 죽여버린다. 나랑 같이 죽자!"


엄마가 그만 대들고 도망가라고 해서 나는 방으로 피신했고 삼촌 내외의 2차 보복이 두려워 차마 112에 신고하지 못했다.


이 시끄러운 싸움에 신고해 주는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심리적 손상: 10% / 트라우마 지속도: 1주일 /신체 증상: 전치 2주


정신질환을 앓기 위해선(?) 몇 가지 공식이 필요하다.


* 나이: 어릴수록 좋다. (뱃 속이면 더 확실하다.)

* 대상: 부모여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만나는 '생애 첫 타인'이다. 이 경험이 꼬이게 되면... 이하 생략한다.)

* 경험과 횟수: '어떤 경험'을 했느냐와 '꾸준함'도 중요하다.


나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채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내 어린 시절에 관해서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부터 정서신경학적으로 취약한 내가 태어나겠다는 걸 알 수 있었고, 만 6세 이전의 양육 환경은 뇌 손상을 초래했겠구나를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한 번씩 스님께서 법문을 하실 때 심리학 이론과 심리상담사를 비판할 때가 있다. 복잡한 이론과 썰에 질려 있던 나는 그럴 때마다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스님께서 심리학을 비판하는 주된 이유는 자기 안으로 돌이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환경 탓, 부모 탓 등의 '남 탓'을 합리화 시킴으로써 치료를 더디게 만든다는 것에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게 만드는 훈련보다 원인 분석과 지나친 과거 사건의 매몰은 지금의 괴로움을 '정당한 일'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자연히 치료는 요원해지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스님께서는 항상 모든 설명의 베이스를 '자연'에 두신다. 자연을 기본값으로 놓고 인간의 심리적 현상과 행동을 설명하신다. (지금은 고인이 된 주치의 역시 인간의 감정을 늘 자연에 비유했다.)


스님> (아이는) 약하기 때문이에요.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가 성인 시기에 겪은 트라우마보다 치명적인 이유는 아이의 '연약함'에 있다. 어릴 때 겪은 상처 회복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 그 어떤 이론과 설명 보다 내가 가장 와닿았던 설명은 바로 스님의 단순한 한마디였다. 어리석은 부모들은 내 행동과 말이 자녀에게 상처가 될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 못한다. 매주 금요일 즉문즉설에는 어릴 시절 부모로부터 상처 입은 어른 아이가 등장한다. 심리치료와 정신과 약물치료, 스님의 법문, 불교 수행법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지만 쉽사리 낫지 않는대서 오는 자괴감 때문에 사연을 토로한다.


새싹은 살짝만 쳐도 꺾인다.

묘묙은 발로 차면 부러진다.

나무는 태풍이 쳐야 뽑힌다.


무심코 짓밟은 새싹은 쉬이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린아이를 학대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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