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어느 날 저녁, 나는 집안을 둘러보았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옷장 안의 옷들, 책상 위 문구류, 화장대에 놓인 화장품과 향수들, 아직 읽지 못한 책들과 함께 책장 안을 가득 채운 책들, 20대 즐겨 들었던 CD들, 신발장에 놓인 모양만 다른 같은 종류의 신발들(구두와 운동화) 그리고 그 외 물건들을 보면서 말이다. 나는 언제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가지게 된 것일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집은 저장 강박증이라고도 말하는데 혹시 나도 저장 강박증이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 들뿐이다. 무소유의 삶을 꿈꾸는 것도 아니고 아수라장처럼 수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답답하고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 올라와 이것들을 정리하고 버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마음에 더 경종을 울린 계기가 있었다. 3년 전 여름에 발생했던 충청북도 일대와 미국의 홍수 사태들, 그리고 세계 여러 곳에서 발생했던 지진 등의 천재지변을 보며 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살았으니 다행인 거다!'라는 생각과 안도감 그리고 자신들이 살던 집에 있던 흙탕물에 젖어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수많은 물건들을 버릴 때 느꼈던 아까움과 아쉬움 등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스치는 생각들과 물음들이 있었다.
"저렇게 한 순간에 버려질 물건들에 대해 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것일까? 결국 이 세상의 물건들은 모두 쓰다가 버리고 가는 것인데, 우리는 왜 물건들을 소유하려 하는 것일까? 만약 나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왔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면 그때도 난 이 물건들은 원래 내 것이 아니었으니까 괜찮다고 미련 없이 생각하며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따라서 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나 자신에게 물으며 다시 생각해 봐야 했다.
"정말 다 필요했던 것이었어?"
이러한 물음이 이어져 결국 난 미니멀 라이프를 고민하게 되었다. 소중한 물건이 사라져서 안타까운 느낌이 들 그 어느 날을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닌 불필요한 소유로 인해 생각지 못한 것에 낭비되는 것들이 없는 그 무언가를 위해서 말이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는 것으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사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더 많이 갖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원하는 것을 더 많이 가지면 더 많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미니멀 리스트의 저자인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에 의하면 "미니멀 라이프는 무조건 적게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삶을 통해 더 큰 만족과 공간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만들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미니멀 라이프"라고 말한다. 나의 일상을 생각해 보면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그렇기에 최소한의 필요한 것을 갖고 정리나 청소하는 드는 시간을 줄이면 생활도 간소해지고 그만큼 여유 시간이 생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일에 쓰던 에너지를 조금 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고 그 결과로 더 좋은 에너지의 결과물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물건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물질적 소유보다 경험적 소유가 더 행복감을 준다는 학설이 있다. 여행이나 건강 그리고 독서를 통한 경험의 확장 등의 경험적 소유에 의한 행복감이 물건을 갖고 있을 때의 행복감보다 더 오래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스트레스를 줄이고 주의가 산만해지는 일을 막고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그들의 말처럼 우리는 소유하는 삶보다는 단순하고 간결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많이 가져서 풍요로운 삶이 아니라 적게 가졌기에 중요한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삶, 더 좋은 것과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가치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다.
*참고도서: 미니멀 라이프 by 조슈야 필즈 밀번 & 라이언 니커디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