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사장님의 손 그리고 상담자의 마음

그 손과 이 마음이 닮았다

5월, 고향 대전에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중학교 시절부터 무슨 날이면 찾아가던 꽃집이다.

늘 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맙고,

그 안에 가득한 꽃들은 절로 내 마음을 환하게 해준다.

어릴 적 나에게 테이프, cd가득한 레코드집 사장님과

꽃집 사장님은 내게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상담일을 하면서도, 언젠가는

꽃집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작은 꿈이 있었기에

30대 중반에 찾아간 5월의 그날

문득 사장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다.

“저도 배워보고 싶어요. 꽃집 해보고 싶어요.”

그때 사장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아니야, 하지 마. 하던 일 해. 이 길도 독해.”

그 말이 놀랍기도 하고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2025년 올해, 부모님 드릴 꽃을 사기 위해

역시나 다시 그곳을 찾았다.

사장님은 나를 기억하시진 못했지만

늘 그렇듯 새벽부터 가게 문을 열고 계셨다.

카네이션이 가득한 공간,

형형색색의 꽃들은 여전히 예쁘고 향이 가득하며,

다양한 화분 하나하나에 사장님 손길이 닿아 있었다.

하지만 전과 달랐던 건

작업대가 조금 정리되지 않은 채로 있었고

그분의 손가락에는 큼직한 밴드가 붙어 있었다.

“다쳤어요,

너덜너덜… 괜찮을 만도 한데 아직 아파요.

직업병이지 뭐.”

그 말에 괜히 마음이 찡했다.

그때 고백처럼 10년이 흘러 다시 물었다.

“예전에 반대하셨잖아요.

지금은 제가 꽃 배워도 될까요?”

사장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그랬어요? 에이 잘 버텼어

하던 일 쭉 하니 이제 그 분야 전문가잖아.

취미로 해요. 그게 좋아.”

​짧은 10분 남짓의 대화였지만, 마음에 남는 게 많았다.

나는 내 분야의 전문가일까?

부족하더라도 나의 세월을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꽃을 다루는 일도,

겉으로는 참 아름답게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새벽을 여는 고단함, 힘을 써야하는 순간

작업대에 오래 선 시간들이 있고,

손끝에 남는 상처가 있을 것이다.​


상담도 그렇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일,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고요한 노력이 있고,

상대의 이야기를 품느라

스스로를 지탱해야 하는 단단함이 있다.

아름다운 꽃을 만들기 위해 손에 상처가 생기듯,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상담사의 마음에도 조용한 흔적들이 남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나는 이 일이 더 감사해졌다.

꽃향기처럼,

사람의 마음에도

작은 온기가 전해지길 바라며

나는 오늘도 나의 자리에 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