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상담사의 시선으로
마음을 끌어당긴 가사, ‘버드맨’
예전 글에서도 몇 번 말했지만,
나는 잔나비 음악을 좋아한다.
음악 자체에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고,
무엇보다 가사가 꽤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새 앨범이 나왔는데, 처음 들었을 땐 좀 낯설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구성, 보컬도 예전보다 더 맑아졌다는 느낌이어서 조금 달랐다. 그런데 지난 주말, 보고서 정리하면서 반복해서 듣다 보니 오히려 그 낯섦에 또다시 빠져들었다.
역시 잔나비 밴드
이번 앨범이 (음악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라는 콘셉트라고 들었는데, 듣다 보니 확실히 납득이 갔다. 특히 ‘버드맨’이라는 곡에서 한참 머물렀다. 역시나 가사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 무엇이 나를 멈춰 서게 했는지, 왜 이 가사에 마음이 붙잡혔는지 돌아보고 한번 기록해보려 한다.
상담자로서, 그리고 요즘의 나로서
마음이 하는 말에, 천천히 귀 기울이기
‘버드맨’은 단순히 꿈을 포기한 이야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감정의 억제에서 표현으로, 상실에서 수용으로, 그리고 나 자신과의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처음엔 (나는 슬프지 않아)라고 말하며 애써 괜찮은 척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많은 감정이 숨어 있다. 누구나 그런 때가 있다. 무언가를 끝내놓고도 마음 한편이 텅 빈 느낌. 잘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가끔은 그저 멍하니 서 있는 느낌.
하지만 이 노래는 그 멈춤이 반드시 나쁜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멈춰 서서 한숨 쉬는 순간, 그 안에서 다시 나의 진짜 감정과 내가 원했던 방향이 조금씩 드러난다.
꿈을 접고 돌아서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하고,
또 멍하니 서 있기도 하고,
어쩌면 잃어버린 방향을 찾으려 애쓰기도 한다.
그 시절엔 알았던 걸 지금은 모르게 되는 것처럼.
그런데 덤덤히 보여준다.
단지 무너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안에서 감정을 마주하고 수용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숨을 내쉴 때 떠오르는 나비,
바람에 머릴 쓸어 올리는 동작,
꿈으로 얼룩진 바짓단을 털어내는 장면.
이 모든 건 내면의 감정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다. 완벽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이제는 나의 상실을 인정하고, 과거의 꿈도 안고 갈 수 있다는 마음 아닐까?
그리고 어느새 그 이야기를 다른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정돈한 상태
상담에서 말하는 감정의 회복은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다.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가지고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고,
그 이후의 삶을 조금씩 다시 걸어보는 것이다.
‘버드맨’은 그 과정을 음악 안에 천천히 펼쳐 보인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 마음속에도 여전히
헝클어진 머릿결의 시절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다시 한 발 내딛을 힘이 생긴다.
그리고 마지막엔 결국,
바람을 맞고 바짓단의 먼지를 털어낸다.
꿈이 남긴 얼룩은 지워지는 게 아니라,
묻어둔 채로도 살아갈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간이라는 걸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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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고 싶었지만 날 수 없음을 받아들인 자아 혹은
한때 날고자 했던 꿈을 이제는 조용히 떠나보내는
나의 모습이 아닐까…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마음이 조용히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울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멈춰 있어도 괜찮고,
무언가를 잃고 난 뒤에야 시작되는 삶도 있다는 걸
‘버드맨’은 조용히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