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한 하루 (짧은 글)

나라도 다정할래


더위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속상할 수 있는 것도

또 괜히 웃음이 터지는 것도


마음이 세상을 향해 열려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

오늘 참 고맙다.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감사하다는 마음은

아주 특별한 순간에 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별거 아닌 날들에 스며든다.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는 지금,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날이다.




입원을 하고 글도 쓰고,

책도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일상이 멈췄다.


조용한 병실에서

시간은 많았지만 아무것도 안된다.


몸을 쉬게 하려고 온 곳인데

생각은 더 많아지고

내 마음은 억울함 원망감도 꺼내놓았다.

나는 그걸 또 나의 방식대로 정리한다.


그래서인지

생산적인 일은 못했으나

많은 무언가를 지나온 기분이 든다.


뭘 하지 않아도,

말하지 않아도,

어떤 시간은 그렇게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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