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바르고 싶은 당신에게

착한 아이의 두 얼굴

by 다정한 상담쌤 ㅣ나를

항상 바르게 살아야 하는 당신에게


나는 늘 ‘착한 아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너는 참 순했지. 분유만 주면 차를 세 시간씩 타도 울지 않고 잤어. 시장에 다녀올 동안 가만히 앉아 기다리기도 했지.”


엄마가 기억하는 나는 참을성 있고 얌전한 아이였다. 울지 않고, 기다릴 줄 알고, 뭐든 잘 해내는 아이.

그런 모습은 늘 칭찬처럼 포장되었고,

내 어린 시절 한 편을 채운 영웅담이 되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그 순간들은 조금 다르다.

기다리는 동안 무서웠고, 엄마가 없는 날은 허전해서 이불 끝을 물기도 했다. 엄마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내 속마음들이 있었다. 말로 꺼내지 못한 작은 불안과 외로움이 분명 내 안에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가지 기억, 엄마의 시선 속에서 ‘착한 아이’였던 나와 내가 직접 느낀 내 마음의 풍경은 언제부턴가 섞여 버렸다. 나는 스스로에게도 “나는 착해야 해”라고 되뇌며 엄마의 칭찬 가득한 말을 내 안에 심어 두었다.


“나는 늘 그래야만 해. 나는 항상 바르게 살아야 해.”


항상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은 처음에는 나를 단단하게 해 주었다. ‘착한 아이’라는 칭찬이 안전한 울타리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은 점점 나를 옭아매는 나만의 규칙이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자주 검열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도 “이게 옳을까? 바른 걸까?”를 확인했다.

잘못 보일까 봐, 실수할까 봐 늘 긴장했다. 남들이 나를 칭찬했던 그 모습이 이제는 내 안에서 무거운 기준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항상 바르게’ 살겠다고 결심한 아이는 결국 이런 어른이 된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좋아하는 학생이 되고, 직장에서는 책임감 있고 성실한 직원이 된다. 약속을 지키고,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애쓴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분명 장점이다.

바르게 살고자 하는 태도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많은 관계에서 신뢰와 안정감을 주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늘 작은 긴장이 따라다녔다.


혹시라도 실수하면 어쩌나,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주면 어쩌나,

내가 옳지 않다고 보이면 어쩌나.

관계 속에서도 나는 자주 주저했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그것이 바른 태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바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 자체로는 참 귀한 태도다. 그런데 그 마음이 ‘항상 그래야만 한다’로 바뀌면, 그의 삶은 금세 팽팽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불안해진다.


넘어지는 순간을 허락하지 않는 나 자신 때문에, 조금씩 지쳐갔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쌓이는 서운함과 피로가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성실한 동료, 좋은 사람으로 보였지만, 정작 나는 나답게 숨 쉴 틈을 잃어버린 채 살아온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다정한 상담쌤 ㅣ나···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힘든 세상, 나라도 다정할래’. /유쾌함+진지함 전문상담사. 일상을 살아가며 혹은 상담시간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해보겠습니다.

11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5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3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