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돈과 재미, 둘다 가지고 싶습니다만

돈을 쫓는 여정: 열정, 목적, 그리고 재무적 성찰의 개인적 오디세이

by 김바리

20대 후반, 사회적 명성을 추구하는 마음에 안정적인 직장에 입사했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일상은 꿈꾸던 것과는 달라, 내 마음에 무거운 불만이 쌓였다. 그 후, 내 진정한 열정을 찾기 위해 영화 미술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내가 원하던 일을 하며 행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복잡한 인간관계와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실망감만이 커져갔다.


그러던 중, 영화 촬영 현장에서 구남친을 만났다. 서울의 번화한 거리에서 시작된 새로운 연애의 불꽃이지만, 곧 금전적인 문제로 그 불꽃이 시들해져 갔다. 그렇게 구남친과의 생활은 나의 이직과 집 계약 종료와 함께 자연스럽게 끝이 났고 나는 새로운 곳에 이사를 했다. 그리고 그때, 코로나19로 인해 세상이 변하게 되었다. 구남친과의 연애와 직장 생활 모두,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생각하는 것 밖에 없던 때가 돼서야 나는 돈과 나의 관계를 깊이 되돌아볼 수 있었다.


사회의 성공 기준이 나에게 주는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그러나, 내 원하는 일을 하며 불안한 생계는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돈과 일의 재미를 동시에 원하는 것이 욕심인가 생각했다.


경력을 쌓아 나가며 얻은 재정적 안정감에도 불구하고, 내 통장의 잔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매월 명세서에 찍히는 카드 값을 보며 ‘나는 명품백을 사지 않으니까', ‘거의 다 무언가를 배우는 데 쓴 돈이니까'라고 합리화하려 했지만 불안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두 번째 직격탄을 맞았다. 경제적 위기로 인해 나는 다시 한번 직장을 잃게 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상 매번 시장 탓, 상황 탓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돈과의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뭘까 하고 고민해 보았다. 그러다 ‘살아가는 데 있어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해설한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은 이 고민의 과정에서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책에서는 ‘플루타르크 영웅전' 이야기의 일부가 나오는데, 그리스의 왕 에피루스의 계획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키네아스가 그에게 한 조언은 나에게도 유효했다.


연이은 정복 계획에 끝에 결말이 어떻게 되기를 원하냐고 묻자 왕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는 편안하게 살 것이고, 하루 종일 술을 마시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키네아스가 왕에게 “그럼, 지금 폐하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시나이까?”라고 대답한다.


책의 저자 러셀 로버츠는 우리는 우리 삶을 만족시킬 도구들을 이미 모두 갖고 있다며, 삶의 기본적인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내면의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마음속 비열한 생쥐를 짓눌러야 한다고 말한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구, 야심은 우리를 삼켜버릴 수 있다고 말이다.


무언가와 관계가 좋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과거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들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인지 다시 한번 현재의 나에게 물어보라고 말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돈과의 관계도 과거의 경험, 믿음, 야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습관적인 생각의 방식을 바꾸면 돈을 보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우리 자신과 위치를 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돈과의 관계를 깊게 탐구하며 나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이 관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 책을 참고하며 스스로를 계속해서 교육하였다. 예를 들면, <돈의 심리학>, <돈과 운을 끌어당기는 좋은 심리 습관>과 같이, 내가 돈에 관해 가지고 있는 부정적 감정의 뿌리를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살펴보며 조금씩 나를 그리고 돈을 더 이해해 가고 있다.


여전히 나는 재정적인 여유와는 먼 삶을 살고 있다. 매달 5일이 되면 빠져나갈 카드값에 압도당하고, 무더운 여름 에어컨을 팡팡 틀던 달엔 우체통에 꽂혀진 세금 고지서를 꺼내기 겁내기도 한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 불안의 모양은 조금 다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불안, 나를 뒷걸음질 치게 하는 그 불안은 이제 나의 성장을 위한 원동력이 되었다. 돈과의 복잡한 관계, 사회적 기대,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을 깨닫게 된 지금, 나는 더 강인하고, 더 지혜롭게 삶을 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의 도전과 불안, 그리고 기쁨과 슬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나만의 길을 걸어 나갈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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