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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생활의 외로움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에 관한 이야기

by 김바리



관계의 그물망을 헤쳐나가는 것은 서울의 복잡하게 얽힌 거리를 탐색하는 것과 같다. 두 가지 모두 인내, 끈기, 그리고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최근 MBTI 성격 평가를 한 번 더 받았다. INFJ였던 나는 이제 INFP가 되어 있었다. 이는 문자상으로는 미묘할지라도 지난 몇 년 동안 나의 관계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갑작스러운 이별부터 예상치 못한 구설수까지. 여러 상황은 내 성격을 형성했고 나를 진화하고 적응하도록 밀어붙였다. 내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나의 믿음, 행동, 심지어 내가 믿는 내 정체성의 핵심까지도 바뀔 수 있다.


학생 시절에는 공유된 환경을 바탕으로 관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사라졌다. 그러나 사회로 나와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역학은 더욱 복잡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관계의 복잡성뿐만 아니라 도시 생활의 고독 또한 무겁게 느껴졌다. 이러한 이중 압박으로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것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지방 출신의 여성으로서 서울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했고, 내가 옮겨 갈 환경의 사람들을 새로 알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함과 동시에 잠재적 동료가 될지 모르는 누군가를 의식적으로 탐색해야 했다.


무리 생활을 선호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마치 삶의 큰 과제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5년이나 운동선수 생활을 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1:1로 깊게 연결되려 했다. 그래서 한번 관계가 느슨해지면, 그 관계는 쉽게 끊어져 버렸다. 때문에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에도 꽤 진중하게 접근하고 한 번 맺은 인연은 ‘의리'라는 이름 아래 쉽사리 놓으려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스스로에게 오히려 더 스트레스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자책하며 ‘내 성격이 모나서 이렇게 된 것이다'라며 이불속으로 침잠하기를 여러 번.


관계의 미로를 탐색하며 어느새 나는 그것을 다른 렌즈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은 경제적 결정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재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투자하는 가치, 시간, 에너지에 관한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계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할까?'와 같은 평범한 결정에서부터 '이 관계가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가?'와 같은 보다 심오한 결정까지 질문은 확장된다.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도시 생활 속에서 이러한 결정은 더욱 중요해지며, 자기 계발이라는 명목 아래 관계에 있어서도 시간과 에너지를 신중하게 관리해야 한다. 때문에 나는 종종 새로운 유대를 형성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내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다.


한편, 책 <실패에 대하여>에서 베벌리 클락은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을 이해하려면 상실에 좀 더 편안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상실과 실패가 지나가면 본래 모습이 변하기 때문에 힘들고 괴로울 수밖에 없지만 여기에는 가능성도 있다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이를 수용하고 탐색해야 한다고 말이다.


관계의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취향, 그리고 새로운 책임들이 우리를 바꾸게 만든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이 변화의 속도가 유난히 더 빠르게 다가온다.


광활한 도시의 외로움은 항상 존재하는 그림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독 속에서, 새로운 관계는 끝없는 미로를 헤쳐나가는 존재의 나침반이다. 조용한 구석에서 책을 읽거나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에서 위안을 찾을 때, 낯선 이와의 잠깐 동안의 친밀한 대화 속에서 온기를 발견할 때, 이런 것들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의 선택이다. 결국, 큰 도시는 발견을 기다리는 공간만이 아니라,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갈 소중한 관계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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