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심 없는 이의 감정 조절과 침착함의 미학
인간의 감정은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감정이 폭발하곤 한다. 몇 년 전, 조카들과 도서관을 방문했다. 어린이 도서관 코너에서 언니가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동화책을 천천히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중 엄마 오리가 아기 청둥오리를 멀리 보내고, 대신 족제비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나왔다. 갑자기 내 가슴이 뜨거워져 눈물이 핑 돌았다. 슬픈 이야기 때문이었겠지만, 동화를 읽어주는 언니의 연기에 감명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언니가 나를 보며 “울어?”라고 물었을 때, 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두 조카는 동화책에서 눈을 뗀 채 나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김영하 작가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인간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돈다고 말했다. 인간이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이야기에 감명받아 울었던 그 순간의 감정도 그러한 이유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들 앞에서 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게 된 것에 대해 지금도 살짝 부끄러운 기억이 남아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체육관에서 친구와 함께 한 학년 위 오빠들과 배드민턴을 했다. 이 오빠들은 평소에도 우리를 잘 놀리는 무리에 속했는데 그날의 경기에서도 멋진 승부라기보다는 약 올림과 씩씩거림의 공 주고받기 게임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경기하다 도무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나는 왜 셔틀콕을 왜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는 걸까’에 대한 울분이 차올라 라켓을 바닥에 세게 내리쳤다. 그 순간 모두가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나도 그들의 눈길을 따라 내 라켓을 봤다. ‘아, 망했다’.
감정 조절은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하는 환경에서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동료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고, 팀 프로젝트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감정을 잘 조절한다면 상황에 적절하게 반응하여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 원활해질 것이다.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몰랐다. 슬프면 그대로 슬프게, 화가 나면 그대로 화내며, 내가 느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런 방식을 택한 것은 아무도 나에게 어떻게 감정을 조절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나에게는 '성격이 나쁘다', '애가 못돼', '이기적이다'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래서 "나는 성격이 안 좋은 아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쉽게 흔들리는 것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이를 스스로 조절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나는 매일 아침에 운동하고, 깊은 수면을 취하며 명상을 하려 노력한다. 생각이 멈추지 않을 때는 저널을 쓴다. 그리고 도무지 침착해질 수 없을 땐 그냥 표현하려 한다.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왜 섭섭한지 표현을 한다. 여전히 어려운 건, 나의 감정이 남에게 향함으로써 때때로 화법이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것.
침착하지 못할 때, 그 감정의 피치를 반음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해 보고 있다. 특히 ‘나 전달법'을 연습하고 있다. ‘나 전달법'은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의 한 기법으로,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로 인해 나타난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대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Gottman, J.M., & Silver, N., 1999). 예를 들면, "네 말 때문에 나는 상처받았어."보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상해."와 같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친구와의 논쟁 중에 '왜 그런 말을 하냐'와 같이 공격적으로 반응했었지만, '나 전달법'을 알게 된 후에는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지 않아'라고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바꾸니 대화가 더 원활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전달법’을 연습하기 위해, 나는 매일 아침 기상 후, 거울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자신에게 어떤 감정이 드는지, 그리고 그 감정을 '나 전달법'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연습한다.
나에게 맞는 감정 조절 방법을 찾는 것, 그리고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이야기와 인간의 관계를 침착함과 감정의 관계로 확장해 본다. 마치 인간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도는 것처럼, 우리의 감정도 침착함을 중심으로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복잡성과 이를 이해하고 균형을 찾는 것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 만들기 위한 수단은 아니다. 이는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더 나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내면의 평화를 찾는 방법이다. 때로는 침착함이 필요하고, 때로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무엇이 옳은지는 상황과 나의 마음속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