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9. 취미가 많다는 건 특기가 없다는 걸까

홀로 서기를 대하는 30대 여성의 취미 많음에 대한 성찰

by 김바리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특기를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회사의 환경이 변화하며, 나는 나만의 가치와 특기에 대한 고민을 깊이 하게 되었다.


두 차례의 연이어진 불행한 사건을 겪은 후, 나는 더 이상 상황에 무력하게 휘둘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를 위한 대안이 안정적인 곳으로의 이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안정적인 곳에 간다고 해서 내가 행복한 건 아니란 것을 사회 초년생 때 대기업에서 일을 하며 깨달았었기에, A와 B의 선택 사이에서, 나는 C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바로 내가 나의 힘으로 가치를 만들고 돈을 벌어 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먹고 나서 본격적으로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실 특기에 대한 것은 연차가 쌓여가면서 조금씩 고민하던 지점이긴 했는데, 갑작스럽게 보호막 없이 사회 앞에 선다는 것은, 나를 잘 알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아야 살아남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몇 달동안 골몰했다. 특기란 ‘남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을 의미한다. 나에게 ‘남이 가지지 못한' 기술이나 기능이 있는가 하면 눈에 딱 보이는 이렇다할 스킬은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어를 좋아하지만 다를 나만큼 하는 것 같고, 콘텐츠 만드는 게 좋지만 다들 나만큼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드는 것 같고,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다들 나만큼 읽고 쓰는 것 같고 말이다. 한때 있었던 기술 예를 들어 배드민턴, 외국어 능력, 프로그래밍 능력 같은 경우, 이런 것들도 사용하지 않으면 그대로 도태되기 때문에 지금 현역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스킬 정도가 되겠다. 하지만 세상에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사람이 너무 많다. ‘나만의 기술이나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지기만 했다.


이후 더 깊은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왜 나는 점점 특기라는 것이 사라져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학생의 신분일 때는 관심사가 많아도 여러가지 상황(특히 재정적인 이유)으로 인해 선택적으로 관심사를 계발할 수 밖에 없었지만, 사회인이 되고 어느정도 나를 먹여살릴 경제적 여유가 생긴 이후로는 관심이 생기면 혼자서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도시에 사는 것의 이점이라면 이점이라고 할 것이, 내가 관심있는 분야와 관련된 워크샵, 이벤트를 아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것 저것 다 해보게 되었고, 취미도 늘고 경험도 늘었지만 주머니는 줄었고, 어떤 하나의 분야나 주제에 대해 깊이 안다고 할만한 부분이 점점 희미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즐기기 위해 시작한 피아노, 달리기, 이런 취미들이 점점 더 자기계발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같은 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성과지향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취미는 휴식의 도구였지만, 점점 더 성과 지향적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취미의 진정한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1년 전 가을에 기록한 일기를 발견 했다. 일기의 내용은 취미를 다양하게 하고 있지만 일상이 재미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책 <그릿>에서 보면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시작일 뿐 그 열정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평생 심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관심사를 발견한 뒤 오랜 시간 주도적으로 관심을 발전시켜야 한다. 처음에 관심이 생긴 후에도 계속 그 일을 경험함으로써 거듭거듭 흥미를 유발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그릿을 기르기 위해서는 분명한 관심사, 의식적인 연습, 뚜렷한 목적의식, 그리고 희망을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기를 계발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나의 문제는 관심사가 너무 분산되어 있어, 어느 한 분야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저는 취미는 많은데 이렇다 하게 잘하는 게 없어요.” 라고 말해왔지만 사실 대답이 거기에서 끝나면 안되었다. 특기를 계발할 시간이 없었는데, 돌이켜보니 그 시간에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그 불안감때문에 취미를 즐기는 시간에는 오히려 취미를 배움을 위해서 하는 것으로 해석하려고 하고 있더라고요. 라고 대답해야 했다. 복잡하다.


생각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복잡하거나 단순해질 수 있다. 특기가 없다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럼 앞으로 특기를 계발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그 전에 나는 어떠한 특기를 기르고 싶은지 중장기적 미래 목표의 맥락에서 들여다 봐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취미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즐기기만 해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그것을, 나는 괜히 자기계발의 영역으로 끌고와 특기 고민의 부담으로 만들었다. 미안해 피아노야, 미안해 일본어야.


결국, 나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특기를 기르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다짐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특기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미래를 기반으로 현재를 설명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발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제 특기는 무엇이냐면요... 아직 확실히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의 특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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