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 없다고 말해지는 도시 여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성찰
얼마 전, 책 모임에서 만난 J님과의 대화를 통해 끈기에 대한 나의 기존의 생각을 재평가하게 되었다. 서로 좋아하는 것, 과거에 했던 일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나에 대해 ‘관심사는 많은데 쉽게 질리는 것 같다’고 말하자 그녀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어렸을 때 운동을 5년이나 계속한 거면, 끈기 있는 것 아니에요? 끈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부의 경험이 있을 뿐이지, 어쩌면 다른 분야에서는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머리를 띵 맞은 기분이었다. 꽤 오랫동안 스스로를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사람이자 관심사가 휙휙 바뀌는 사람이라고 정의 내려왔었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봤을 때는 아닐 수도 있겠구나.
카페에서 대화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스스로를 이렇게 말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마도 대체로 누군가의 말이나 평가에서 비롯된 것일 텐데 그 근원이 어디일까 생각해 보았다.
명절, 큰집. 그렇다. 일 년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한 두 번 모이는 친척들 간의 자리. 그곳에서는 으레 그렇듯 '너는 지금 뭐 하냐', '어느 회사에 다니냐' 등의 질문들이 오간다. 그럴 때마다 6개월 단위, 1년 단위로 만날 때마다 변하는 내가 하는 일의 모양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공유하고 나면 돌아오는 대답은 “진득하게 어디 한 군데 자리 잡고 있어야지. 그렇게 자꾸 그만두고 해서 되겠느냐.”였다.
코로나로 인해 집콕 중,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고, 그 영감을 받아 달리기를 시작했다. 공원 트랙 16바퀴를 안 쉬고 뛰었던 적이 있다. ‘달리다’의 사전적 정의는 ‘달음질쳐 빨리 가거나 오다’이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빠름의 기준보다는 느릴지 몰라도, 나는 나만의 속도로 달려 멈추지 않고 그날의 목표를 이루었다. 달리기는 참 신기하다. 달리다가 포기하고 싶고 힘들어질 때면 마치 그것이 내 삶에 대한 태도를 대변이라도 하는 양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달릴 때 가끔 걷고 싶어 진다. 그럴 때마다, 내 생활의 끈기, 목표와 인내, 그리고 태도가 떠오른다. 작은 언니와 지난가을 10킬로 마라톤 대회에 처음 나갔다. 날씨가 무더워 짐에 따라 아스팔트 열기에 숨쉬기가 힘들어 걸을까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달렸다. 킬로미터당 평균 6분의 속도로 완주하여 1시간 만에 경주를 완주했다. 개인 신기록이다. 언니와 나는 서로의 완주를 축하했다. 기분이 좋았다.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를 평가를 할 기회가 생기니 확실히 동기부여가 된다.
나폴레온 힐 <기록하면 이루어진다>에서는 끈기는 마음의 상태이며,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을 발휘하기 위해 무엇이든 불타는 열망을 가지고, 목적을 가지고 시작하라고, 단, 여기에는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불타는 열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말한다.
꾸준히 하게 해주는 명확한 계획을 세우고, 온갖 부정적인 말들, 당신을 낙담시키는 일들을 한 치도 받아들이지 말도록. 그런 말들은 특히 가까운 친구, 친지, 지인들이 많이 한다고 말이다. 끈기를 위해 여러분을 북돋고, 계획과 목적을 완수하도록 도와줄 한 명 이상의 사람과 연합하라고 조언한다.
나폴레온 힐의 말처럼, 끈기는 마음의 상태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피아노를 3년째 배우고 있고, 외국어 시험을 2년마다 갱신한 지도 어언 10년이 넘었으며, 일의 형태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콘텐츠 만드는 일을 9년째 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습관처럼 자리 잡은 운동, 외국어 공부, 독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습관들은 내가 끈기를 발휘하는 분야일지도 모른다.
책에서는 말한다. 인생의 목적을 찾는 것은 굉장한 도전일 수 있다고, 특히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기대한다면 말이다. 자기 외부에서 목적을 찾는 건 엄청난 실수고 누군가가 내 인생의 목적을 대신 결정하게 하는 것은 훨씬 더 큰 실수라고 말한다.
사실, '끈기'란 다양한 형태를 가질 수 있으며, 타인의 시각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야 함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들 말도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피드백은 나를 성장시키고 멈추어 돌아보게 하는 기회이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정말로 그러한가?’ ‘그렇다면 그런 의견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어떠한 부분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하여 나와 더욱 진득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집중하기 위해, 외부의 잡음에 눈과 귀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목적의식을 갖는 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전히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두렵긴 하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가 있는 세계에 안주하고 싶진 않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끈기'가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 '한 분야의 공부를 오래 깊게 파는 것'이었다면 과거의 나는 끈기가 없는 사람으로 비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끈기가 목적의식을 가진 마음의 상태'라고 본다면, 뚜렷한 목적을 가진 그 무언가마다 우리는 끈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내 나름의 방식으로 끈기에 대한 이해가 커진 것 같다. 뚜렷한 목적의식, 책임감, 그런 것들 말이다. 이제 나는 스스로의 미래를 바라보며 꿈과 계획뿐만 아니라 내가 취하는 모든 결정과 행동을 지지하고 지켜주는 제일 첫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결국 끈기와 책임은 내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의 기준에서 볼 때, 나는 충분히 끈기 있고 책임감 있는 사람임을 다시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