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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불편한 것을 더 이야기 해야 한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속 한 문장

by 김바리


세상에는 애초에 안 되는 것, 못하는 것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구나.
그저 내 뇌 안에 ‘금기'라는 섹션을 만들어놓고 특정한 생각들을 그 안에 집어넣었던 것뿐이구나. 굳건했던 내 기준은 그저 내가 속했던 사회의 기준이었을 뿐이구나.

- 유병욱, ≪평소의 발견≫ (북하우스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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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란 언급을 금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지만 금기까진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공개적으로 이야기 꺼내기를 껄끄러워하는 범주의 주제가 있다. 돈, 성적 취향, 정치 또는 종교.


행동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만, 그에 비하면 생각은 행동보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어떤 생각을 가지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그 생각을 어떠한 형태로든 표현하는 순간 그에 대한 책임은 만든 사람 뿐만 아니라 사회 내 공동 책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가 태어나 자라오는 과정에서 그가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이 지금의 그의 생각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생각의 방향이 사회가 말하고자 하는 상식과 통념, 옮음이라는 기준에 부합할수록 사회의 책임은 더 크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사회가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책임은 있지 않은가.


사회의 문제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하나의 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존의 접근 방식은 시대에 뒤떨어졌다. 한국의 청년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혼부부 대상 주택 공급,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디자인씽킹’, ‘린', ‘애자일 같은 프레임워크를 활용해 ‘진짜’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다. 이런 사람들을 국가 기관에서 일하게 하면 방향이 조금은 달라질까.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여 당면한 문제에 대한 미묘한 이해를 키울 때 창의성과 혁신이 발휘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미디어가 사회가 ‘이게 문제다’, ‘이렇게 해결해야 옳다'라고 말하는 것을 믿는다. 비혼 청년이 늘어나는 이유를 자꾸만 한국 사회가 살기 퍽퍽해서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뉴스들과 댓글들이 불편하다. 정말로 그것이 이유일까? 그리고 비혼 청년이 늘어나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정말로 문제일까? 과거의 농경 사회에서 고도의 지식 사회로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인 변화의 일부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지는 생각은 행동에 비하면 자유롭다. 이러한 생각이 표현되는 순간 책임은 더욱 커진다. 그러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러한 생각에 목소리를 내는 개인에게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불편한 내러티브를 포용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더 많은 금기시되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열린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관용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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