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렉 맥커운, ≪에센셜리즘≫ 속 한 문장
이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히 상황에 따라 남들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 정도로는 모자라며,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신중하면서도 전략적으로 비핵심적인 것들을 스케줄에서 지워나가야 한다.
- 그렉 맥커운, ≪에센셜리즘≫ (알에이치코리아, 2014)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해진 브로니 웨어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게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인생이 아니라, 용기를 내어 나 자신에게 진실한 인생을 살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후회하지 않는 하루를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가 원하는 욕구가 있지만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시간을, 에너지를 사용하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반드시 매일이 뿌듯하지만은 않다.
인생이란 이런 많은 하루들의 합이다. 어느 정도 하루의 파일을 차곡차곡 쌓고 나서 다시 꺼내볼 때 후회라는 감정이 없을 수는 없다. 우리에겐 기쁨, 슬픔, 후회, 좌절, 이 다채로운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쁠 때 더 다채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슬플 때 더 애절하게 슬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그냥 후회하십시오,라는 이야기인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후회는 적게 하되, 가치 있는 후회만 남기도록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가치 있는 후회란 무엇일까. 무조건 어떤 일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열심히 몰두하고 나서 사후에 하는 후회가 가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가 인정하는 어떤 중요한 일에 도전했는데 결과가 나온 후 후회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일까?
‘가치 있는 후회'는 어느 정도는 주관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결국 후회는 감정이다. 그 감정이 가치 있는지 아닌지는 다른 사람이 정해줄 수 없다. 내가 기쁘지 않은데 “당신은 지금 기쁘다.”, 내가 공허하지 않은데 “당신은 지금 의미 없는 공허감을 느끼고 있다.” 이야기한들 그것이 얼마나 스스로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후회라는 감정을 더 ‘가치 있게’ 느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역시 이 부분에서 여전히 서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해왔다. 최근 1,2 년 사이에 정말 큰 (개인적) 사고 패러다임의 전환이 있었는데, 그것은 세상의 복잡한(복잡하다고 내가 느끼는) 문제들은 나에게 원칙이 있다면 대부분의 쉽게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 해결이 정말로 완벽한 해결(Solution)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것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난무하는 세계에서 하나의 단순함을 향해 나아가는 해결(Choice)에 가깝다.
에센셜리스트의 전형이자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리더 중 한 사람으로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인도 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여러 단체들을 조직하고, 인디라 간디 평화상을 수상하기까지 한 인도의 엘라 바트 여사는 이런 말을 전한다.
여러 가지 미덕들이 있지만, 단순함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덕입니다. 저는 단순함이야말로 사람들과 이 세상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편입니다. 인생의 길이 단순하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자주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고, 다투거나 훔칠 필요도 없고, 질투하거나, 분노하거나, 학대하거나, 누군가를 죽일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충분하게 소유하게 될 테고, 그럼 몰래 모아놓을 필요도 없고, 사기를 치거나, 도박을 하거나, 미워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성격이 아름다워지면, 사람 역시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단순함의 가치입니다.
- 그렉 맥커운, ≪에센셜리즘≫ (알에이치코리아, 2014), 320p
“다수의 사람들이 수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었고,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우리 사회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라고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한다. 이러한 순간에 삶에 대한 비전이 있고 내가 가진 원칙이 있다면, ‘판단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음과 동시에 더욱 충만한 현재와 지금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저의 2024년 삶의 키워드는, ‘단순함(Simplicity)’입니다.
여러분은 새해 어떤 키워드를 원칙 삼아 보내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