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쉬나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중 한 단락
지금 생각하면 나는 위기에 처한 우리 회사에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등반가이자 서퍼, 카야커, 플라이 낚시꾼으로서 내가 체득한 교훈을 심어주려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삶을 단순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했다.
- 이본 쉬나드,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라이팅하우스, 2020)
1991년 7월 31일 수요일,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직원의 20퍼센트에 해당하는 120명을 해고했다. 그는 이 날을 회사 역사상 가장 슬픈 날이었다고 회고한다. 당시 회사는 유지할 수 능력이 없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했고, 1991년 지구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경제 활동은 이미 수많은 지역, 세계에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의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의 축소판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본 쉬나드는 항상 옳은 질문을 던지고 옳은 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철학적이고, 영감을 주는 지침을 원했다.
짧고 간결한 해법을 제시하는 운영 매뉴얼만으로는 자신들의 가치관들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사회를 소집해 토론을 했고, 작가이자 생태계 보호론자인 제리 맨더는 이사회에 아래와 같은 글을 제출했다고 한다. 내용 중 일부만 발췌해 공유한다.
우리 회사의 근본적인 목표는 위와 같은 상황을 온전히 인식하여 기업의 가치관을 다시 정립하고 인간과 환경 모두에 이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결정을 다음의 가치 목록에 근거해 내릴 것이다. (...)
· 이사회와 경영진은 성공적인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환경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직원들과 지역사회, 공급업자와 고객들이 포함된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이 모든 관계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그들의 보편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린다. 회사와 근본적인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시에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다.
·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장은 우리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다.
· 우리는 사업 활동이 환경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년 스스로에게 총매출의 1퍼센트 혹은 연 수익의 10퍼센트 중 큰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한다. 이 세금의 모든 수익은 지역 공동체와 환경운동의 보조금으로 사용한다.
· 최고 경영진은 하나가 되어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나 영업상의 기밀이 누설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는 모든 회사의 방침과 경영 전반을 공개하는 ‘오픈북 경영(open book management)’을 한다. 우리는 모든 기업 활동에서 개방적인 의사소통, 협력적인 분위기, 최대한의 단순성을 장려하는 동시에 역동성과 혁신을 추구한다.
- 제리 맨더가 이사회에 제출한 '우리의 가치관' 내용 중 일부
이본 쉬나드는 관리자들이 판매와 현금 유동성 위기를 타개할 방법에 대해 논의할 동안 글로 옮겨진 철학을 바탕으로 일주일에 걸쳐 세미나를 이끌었다고 한다. 버스에 직원들을 태우고 캠핑을 하며 나무 아래 모여 파타고니아의 사업, 환경 윤리, 가치관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교육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 세미나를 통해 한 인간으로서, 등반가이자 서퍼, 플라이 낚시꾼으로서 그가 체득한 교육을 직원들에게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의 사업 운영과 확장 과정을 보면 전통적인 미국 기업과는 다른, 소위 반골기질의 모습이 보인다. 지속 가능한 경영의 모델을 찾기 위해 미국 기업계가 아니라 7세대 앞을 내다보는 이로쿼이(Iroquois) 인디언과 같은 방식을 택한 것도, 기업의 사업 철학을 확고히 하기 위해 일본과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경영 모델을 참고한 것도 그러하다고 느꼈다. 게다가 품질을 중시하는 기업 철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그것의 아이디어를 같은 럭비, 축구 유니폼과 같은 타 스포츠계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창의력을 보며 그가 끊임없이 열려있으려 하고, 새로운 것을 통해 혁신을 만드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흥미롭게 느낀 점은, 파타고니아가 성장해 나가는 데 있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있어 주었다는 것이었다. 몸 쓰는 것을 좋아하는 기술공으로서의 전문성을 가진 그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보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경비를 마련하자마자 잠시 사무실을 비우는 것을 선호했던 그가, 아웃도어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업을 이끌게 된 데에는 그의 탁월한 안목과 능력뿐 아니라 같은 뜻을 가지고 힘든 시기마다 회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던 사업부장 크리스 맥디비트, 제리 맨더, 아내 말린다 쉬나드와 같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본 쉬나드는 항상 ‘삶을 단순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말한다.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조직의 성공적인 운영에 있어서도, 자신이 체득한 교훈을 바탕으로 한 철학과 그것에 대한 강한 믿음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옳은 질문과 옳은 답으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함께 가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이본 쉬나드는 이것을, 특히 회사가 어려운 시기마다 잘 헤쳐나갔던 게 아닌가, 파타고니아의 성장이 스스로에게도 회사에게도 사회에게도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