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다 다카히로, ≪컨셉 수업≫ (알에이치코리아, 2024)중 한 단락
팀 빌딩에, 교섭에, 프레젠테이션에, 마케팅에. 컨셉은 혼자서 이 현장, 저 현장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합니다. 그러므로 바빠서 새로운 아이디어에 몰두할 시간이 없는 사람일수록 컨셉을 배우는 것이 이득인 셈이지요. 투자자들이 돈이 스스로 일하게 만들 듯이, 기획자는 말이 스스로 일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호소다 다카히로, ≪컨셉 수업≫ (알에이치코리아, 2024)
인하우스 브랜드에서 콘텐츠 기획을 했을 때 일이다. 리브랜딩 후 보이스톤 싱크를 맞추는 데 커뮤니케이션 리소스가 많이 들었다. 당연한 것이었다. 300페이지가 넘는 같은 책을 읽어도 밑줄 긋는 부분이 다르듯, 같은 문장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르듯, 10-20장 남짓한 브랜드 가이드 문서만 보고서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며 일을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1:다 커뮤니케이션. 다수의 숫자가 많아질수록 소통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된다. 빠르게 변하는 주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리소스를 최소화해 기민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세분화된 전문 담당 인력이 많은 것이 꼭 좋은 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 대기업은 어떤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걸까? 잘 나가는 실리콘 밸리 기업들은 어떻게 소통하는 거지?
언젠가 아마존의 회의 문화에 대해 접한 적이 있다. 미팅 진행을 위해 사전에 6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공유하고, 미팅 참여자들은 그것을 사전에 미리 숙지 후 참여하는 것. 아마존은 PPT 방식의 발표가 발표자의 언변이나 시각적 요소로 인해 의사결정을 방해한다고 여겼다. 6 Pager로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회의 시간 동안 글과 말로써 모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심도 있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아마존의 회의 방식은 하나의 특이한 사례 일수도 있다. 핵심은, 그것이 빠르게 변하는 불확실한 외부 상황 속에서 가장 적합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소통할 것인지 고민한 결과라는 것이다. 고객과, 조직 내에서, 일상 속 대화 상황에서 어떻게 서로의 생각을 잘 전달할 것인가. 말을 통해 소통하는 한,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를 설득하고 있다. 아마존의 6 pager처럼, 이것을 잘 해낼 방법을 가지게 된다면, ‘나는 4시간만 일한다'는 말이 언젠가 나에게도 현실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시간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과 글로 잘 함축해 의도한 대로 가닿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기획자다. 정보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방식으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고 있다면, 우리는 모두 기획자다.
잘 만든 기획, 즉 컨셉이 있는 기획은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일이 되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SNS를 하다가 우연히 인사이트를 발견했을 때를 떠올려 보자. 핵심적인 메시지를 새로운 발견의 방식으로 전달받게 된다면, 단순히 평범한 이야기보다 더 잘 기억에 남게 된다. 이것이 바로 개인이, 조직이 다른 누군가와 다른 차별화가 생기는 지점이다.
컨셉을 잘 배우면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이 올라간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컨셉을 통해 고객에게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조직 내에는 비전을 전달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인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세상에 제안하고자 할 때 컨셉을 만들면 메시지에 전체적인 일관성을 부여해 준다고 말한다.
저자는 고객에게 인사이트를 스토리에 담아 전달하기 위해 ‘3C 분석' 프레임워크를 가져온다. 이는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 플랜을 세울 때 사용하는 프레임 워크로 3개의 C는 고객(Customer), 경쟁자(Competitor), 자사(Company)를 가리킨다. 저자는 여기에 컨셉(Concept)이라는 네 번째 C를 배치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고객을 구하는(save) 이야기'를 만든다.
1. 고객이 어려움을 겪는다 :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요.
2.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 그러나 누구도 그를 돕지 못했어요.
3. 우리가 ‘이런 손길'을 내민다 : 그래서 - 특별함을 이용해 도움을 주었어요.
4. 이것이 해결책이다, 컨셉 : 즉, ~라는 해결책으로 구원을 받았답니다.
컨셉은, 일을 함에 있어 왜 이걸 하고 어떻게 하고 이것이 가져다줄 효과가 무엇인지를 논리적으로 누락 없이 모든 것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컨셉은 경영 전략, 마케팅 플랜 상으로 잘 짜인 기획서를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하나의 정체성을 부여해 주는 행위이다. 편안한 소파, 커피 냄새만 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환경, 친절한 점원, 이런 것들의 총합이 스타벅스에게 ‘제3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듯, 어떤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의 통일성이 유지되도록 돕는 것, 잘 만든 컨셉이 주는 이점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추상화가 가능한 존재이다. 그것이 때때로 괴로움과 고통을 가져다주긴 하지만, 추상화 능력이 있기에 고도화된 인지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 잘 만든 컨셉 하나가 나 대신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잘 추상화해보자.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자.
바쁜 사람이라면 특히, 컨셉을 잘 배워보면 어떨까요.
게으르고 똑똑한 사람이 될 수 있는 치트키, 책 <컨셉 수업> 안에 있습니다.
*식스페이저 부분 참고 : 6 Pager (식스페이저) - Choi's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