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와 함께 사치를 부리자

마크 W.셰퍼, ≪커뮤니티 마케팅≫ (디자인하우스, 2024) 중

by 김바리
좋아하는 커뮤니티를 하나 떠올려 보라. 당신은 왜 그곳에 속해 있는가? 무언가를 구입하기 위해서인가? 누군가의 브랜드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인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당신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거기 들어갔다. 제품이 아닌 목적의식을 위해 그곳에 자발적으로 속한 것이다.

- 마크 W.셰퍼, 구세희, ≪커뮤니티 마케팅≫ (디자인하우스, 2024)



의도하지 않은 안식년이었다. 한 해를 ‘안식년'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일 년이 가져다준 ‘비의도적 멈춤’이 내 삶의 후반전의 방향 잡는 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주 40시간을 어딘가에 묶여있지 않았으므로 여유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이것저것 시도해 본 것이 도움이 되었지만,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던 다른 한 축에는 ‘커뮤니티’의 역할도 컸다.


날이 따스해질수록 마음은 시려질 무렵, ‘휴식'을 주제로 책을 읽는 북클럽에 들어갔다. 마음 챙김, 휴식, 자기 이해와 같은 키워드가 낯선 것은 아니었다. 꽤 오래 나를 탐구하는 글쓰기와 책 읽기를 해왔지만, 마인드풀니스 안에서도 내가 모르는 낯선 분야 – 예를 들면 영성, 심리 치료 – 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음 챙김이란 세계가 더 궁금했고, 누군가와 함께 읽으면 더 많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4개월의 기간을 함께한 멤버들과 어느새 3기, 9개월째 함께 하고 있다.


자기 계발, 성공, 부자가 되는 것과 같은 생산성의 영역에서 조금 떨어져 내 존재에 집중하는 시간을 책과 함께, 게다가 같은 책을 읽는 누군가와 함께 하며 보낸다는 것은 정말 큰 혜택이자 행운이다. 제철휴식 북클럽 커뮤니티는 나에게 기꺼이 타인 앞에서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달 동안 읽는 책과 저자와의 만남, 한 달에 한 번, 매달 첫 주 일요일 오전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인생의 목적의식을 찾는데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혼란한 일상 속 책을 매개로 꾸려나간 시간들이 스쳐 지나갈지도 모르는 성찰의 감도를 높여 주었다. 나에게 북클럽과 함께한 9개월은,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한편 북클럽 커뮤니티가 나의 개인적인 삶의 목적의식을 발견하는 데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면, 보다 사회적인 차원의 목적의식을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 공동체도 있다. 바로 TEDxSeoul이다.


2012년 무렵부터 종이 신문을 구독해오고 있다. 덕분에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어느 정도 땅에 발을 디디며 살아가고 있다고 믿게 된다. 신문의 1면과 칼럼 코너, 책 추천 코너를 제일 좋아한다. 꽤 오래 종이 신문의 메인 헤드라인을 읽어 오며, 내 안의 작은 용암 같은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용암은 언제부터 잠들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잠들어있는 화산일지도 모른다.


‘사회에 기여하고 싶지만 혼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나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은 거 같지 않아’, ‘사회 문제에 대해 작은 기여로라도 뭔가 할 수 있는 게 있는 커뮤니티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영감을 주는 커뮤니티에 기여하고 싶다’. 내 용암이 2014년을, 2016년을, 2020년과 2022년을 지나오면서 작게 외치던 목소리였다. 이 친구는 꽤나 변덕스럽고 장난기가 많기에, 진지하고 심각한 활동을 꺼려했다. 이런 친구의 입맛에 맞는 커뮤니티가 안식년을 갖던 시기에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TED의 서울 지역 커뮤니티 TEDxSeoul이었다.


커뮤니티는 보통 공유하는 경험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어떤 활동은 혼자 하는 것이 불가능해 커뮤니티가 반드시 필요하다. 혹은 커뮤니티가 혼자 하는 활동을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경우도 있다.

- 마크 W.셰퍼, 구세희, ≪커뮤니티 마케팅≫ (디자인하우스, 2024)


작년 한 해동안 내가 속한 커뮤니티에 정말 맞은 빚을 졌다 (감사한 마음의 빚이다). 커뮤니티의 참여자로 뿐만 아니라 이제 커뮤니티를 만들고, 내가 속한 커뮤니티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이런 마음의 작은 첫발로 3년 동안 느슨하게 이어온 글쓰기 모임을 커뮤니티화에 공식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나를 잘 돌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잘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시간에 창조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나를 이해하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것이 커뮤니티를 만들고 지속하고자 하는 나의 생각이다. 나를 돌보는 것, 내가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의무와 역할의 책임을 모두 내려놓고 순순한 창작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 창조의 재료가 나의 감정과 생각, 수단이 글쓰기인 것. '나위쓰(나를위해일단쓰기로했다)'라는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나위쓰가 만들어가야 할 커뮤니티의 목적이다. 나의 목적의식이 그려나갈 미래에 희망을 가지고 오늘도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이리 와 나와 함께 시간을 낭비하자, 창조적 사치를 부리자!




나는 대략 한 시간에 한 번쯤 들어가 우리 라이즈 커뮤니티에 어떤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이 돌아다니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들은 내게 도전 과제를 주고, 나를 가르쳐 주고, 나를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나는 이보다 더 재미있거나 활력을 주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숲 속 언덕 위에 있는 내 사무실에서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나는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
마크 W.셰퍼, 구세희, ≪커뮤니티 마케팅≫ (디자인하우스, 2024)



Special Thanks to

내가 이런 생각에 다다를 수 있게 도와준 많은 선조들의 지혜와 지금의 나와 함께 해주는 사람들의 대화에 감사하다. 아티스트 웨이, 엘리자베스 길버트, 마음 챙김과 창의성 관련 영성, 심리학 구루들, 그리고 휴식북클럽 (제철휴식), TEDxSeoul, 나의 가족, 나의 고양이. 그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오늘 하루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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