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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Feb 21. 2024

왜 지금, 철학이 필요할까

윌리엄 제임스, ≪하버드 철학 수업≫ (나무와열매, 2020)속 한 단락

확실히 철학으로는 광물을 캘 수도 없고, 눈에 보이는 일을 해낼 수도 없다. 직접적인 생산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철학은 우리의 영혼을 응원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의지를 불어넣어 준다.

- 윌리엄 제임스, 이지은, ≪하버드 철학 수업≫ (나무와열매, 2020)



철학은 어렵다.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와 같은 명언을 외우기는 쉽다. 하지만 그 언어 근저에 자리하는 사상적인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삶에서 질문이 떠오를 때마다 철학자의 지혜를 찾게 되는 걸까?


세계와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 원리 즉 인간의 본질, 세계관 등을 탐구하는 학문. 철학에 대한 위키피디아의 정의이다. 철학은 또한 존재, 지식, 가치, 이성, 인식 그리고 언어, 논리, 윤리 등의 일반적이며 기본적인 대상의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온라인 지식 저장고는 덧붙여 설명한다. 내식으로 쉽게 풀어 해석해 보자면, 철학이란 결국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삼라만상에 질문을 가지고 그것의 구조적 본질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다.


윌리엄 제임스는 철학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비춰주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영국의 입헌 군주제, 프랑스 대혁명과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던 근본적 원인이 자본주의에 있었고, 이것이 일종의 철학적 흐름으로서 군주와 교회의 권력을 비난하고,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을 모든 사람에게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의 변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봉건군주의 통치하에 살고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이렇듯 철학은 비록 직접적인 생산력을 지니지는 못했지만 변혁의 앞선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의 양대 산맥 학파로서는 유물론과 유심론이 대두된다. 유물론적 인식론과 유심론적 인식론은 지식의 본질과 지식 획득 방법을 이해하는 두 가지 대조되는 접근 방식을 나타내는데, 둘 사이의 주요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유물론자들은 현실이 근본적으로 물리적 물질과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의식과 정신적 현상을 포함한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물질적 물질의 상호작용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유심론적 인식론에서는 현실이 물리적 세계 그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그들은 종종 인간의 경험과 지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혼, 영혼 또는 더 높은 존재 영역과 같은 비물질적 실체의 존재를 주장한다.


지식의 출처에 있어 유물론자들은 일반적으로 경험적 관찰, 실험, 과학적 방법을 지식의 주요 원천으로 강조하는 반면 유심론적 인식론에서는 종종 내적 경험, 직관, 계시 또는 신비로운 통찰력을 지식의 원천으로 우선시한다.


한편, 윌리엄 제임스는 과거 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던 이 두 학파를  ‘젖비린내' 나는 유물론과 ‘내리막길'을 걷는 유심론이라고 표현하며, 그들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실용주의'를 제안한다.


두 진영 사이에 어떤 갈등이 있든지, 상대의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제시되기 전까지 모든 이론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고, 또한 진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실질적인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실천이다. 실천은 무의미한 논쟁으로 생기는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탐색에 몰두하도록 사람들을 진정시킴으로써 이론이 재빨리 실천에 적용되고 대중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독려한다.

- 윌리엄 제임스, 이지은, ≪하버드 철학 수업≫ (나무와열매, 2020)


심리학자이자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말하는 철학이란,  생각하는 학문이자 행동하도록 촉구하는 학문이다. 그가 말하는 실용주의 관점에서 행동하는 철학이야말로, 편리한 알고리즘 시대에 필요한 학문이 아닌가 싶다. 행동하며 진리를 탐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 다시금 안테나를 바로 잡음으로써 일상 속 필터 버블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고로 우리 모두 내가 진리라고 믿는 것을 ‘실천’하는 철학을 하자. 놀이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고 믿는다면 놀이 시간을 사수하자. 신을 믿는 것이 나를 구원해 준다고 믿는다면 그렇게 하자. 내가 하는 한 표의 선택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면 투표를 하자. 무의미한 논쟁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우리 모두 행동하는 철학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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