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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Feb 28. 2024

이해하기 쉬운 글

바바라 민토,  ≪논리의 기술≫ (더난출판, 2004) 중 한 단락

독자가 당신과 동일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무엇에 대해 말할 것인지 미리 알려주지 않으면, 그는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 바바라 민토, 최정규 감수, 이진원 옮김 ≪논리의 기술≫ (더난출판, 2004)



글보다 말로 소통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일목요연하게 글로 정리해 전달하는 것보다 맥락을 더해 부드럽게 풀어 말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글을 선호한다. 말로 의견을 전달할 때면 종종, 소리의 높낮이, 톤, 크기에 따라 의도가 왜곡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얼굴을 보고 의견을 전달할 때면 상대의 반응을 살피느라 많이 긴장하기도 한다.


때문에 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이것이 조금 무거운 상황이 되면 곤란하다 (여기 무거운 상황이란 비즈니스 장면을 의미한다). 누군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머릿속에서 온갖 프레임워크를 총동원한다. PREP 구조 라느니, OREO라느니 글쓰기 구조를 떠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 프레임워크는 문제를 설명하는 틀은 잡아주지만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복잡한 문제 상황을 구조적으로 정리해야 할 때, 게다가 그 상황을 내가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을 때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구조를 잡아나가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만들어 내는 글은 알맹이는 없고 여러 자료조사를 한 흔적의 아카이빙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곤 했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체계적으로 문제해결 하며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야 할까? 게다가 낯선 영역의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도 직장인 분들이 자주 마주치는 난관이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문제해결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생각을 피라미드 형태로 정리하고, 각 피라미드 간의 수직적, 수평적 관계를 검토하여 문제를 구조화하라고 조언한다. 왜 피라미드 형태일까? 저자는 문장이 위에서 아래로 전개되는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면, 독자가 훨씬 쉽게 특정한 주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피라미드 형태의 논리 전개는 독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사고 메커니즘의 기본 구조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함께 표현된 생각을 각각의 집단으로 인식하여 논리적 유형을 부여한다. 이 논리적 유형은 항상 피라미드 구조를 취한다. 왜냐하면 피라미드 구조는 ‘두뇌의 요구'를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인들은 별 하나하나의 밝기보다는 여러 개의 별들이 늘어선 모양을 사람과 동물의 형상에 적용하여 별자리를 정했다. 이는 우리 인간의 두뇌가 관련성을 가진 사물을 그룹으로 묶어서 인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에서 언급된 조지 밀러의 논문 <마법의 숫자 7>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에 일곱 개 이상의 항목을 기억할 수 없다고 한다. 항목의 수가 4~5개를 넘어서면 두뇌는 그것들을 어떤 논리적 범주에 따라 분류하여 기억하는데, 한 예로 쇼핑할 물건을 기억할 때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기억해야 할  물건이 아홉 가지라고 해보자. 슈퍼마켓 진열대 위치에 따라 분류(피라미드화)하여 눈을 감고 물건들을 생각해 보자. 아마도 물건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해하기 쉬운 글은 먼저 전체를 요약한 생각을 서술한 다음, 개별적인 생각을 하나씩 설명한다고 덧붙인다. 독자나 청중은 여러 개의 문장을 읽더라도 한 번에 하나의 개념밖에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논리적으로 글을 쓰려면 하나의 상위 메시지를 정하고 그것을 피라미드 형태에 담아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해하기 쉬운 글쓰기의 핵심 포인트




피라미드 단계 별로 아래 세 가지 규칙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라.

1. 어떤 계층에 있는 메시지이든 하위그룸의 메시지를 요약해야 한다.
2. 그룹 내의 메시지는 항상 동일한 종류여야 한다.
3. 그룹 내의 메시지는 항상 논리적 순서로 배열되어야 한다. (연역적, 시간적, 구조적, 비교적 순서)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큰 장점은 메시지의 수직적 관계를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필자의 메시지를 통해 유발된 독자의 질문은 한 단계 하위계층에서 수평적으로 답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피라미드 원칙을 활용하는 법 이외에도 읽히는 글이 되기 위한 도입부 작성 방법, 연역법과 귀납법의 차이, 논리적인 순서를 정하는 방법 등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실용적 팁이 가득한 책이다. 작년에 처음 읽었을 때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던 부분들이 많았는데, 다시 펼쳐 보니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와 맞닿는 지점이 많아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역시 어떤 이야기든 내가 듣고 싶을 때 더 잘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 ‘때'가 대체로 유쾌한 상황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해하기 쉬운 글은 주제와 관련된 메시지들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고 알기 쉽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 바바라 민토, 최정규 감수, 이진원 옮김 ≪논리의 기술≫ (더난출판,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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