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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Feb 27. 2024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 방법

조너선 사프란 포어, ≪우리가 날씨다≫ (민음사, 2010)중 한 단락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지 않고 욕조에 빠져 죽었다면 기독교가 널리 퍼질 수 있었을까? 안네 프랑크가 책장 뒤에 숨은 아름다운 소녀가 아니라 냉장고 뒤에 숨은 중년 남자였다 해도 일기가 널리 읽혔을까? (...) 돌이켜보면 역사는 좋은 이야기를 만든다. 더불어 좋은 이야기들이 역사가 된다. 해양 생물학자이자 영화감독인 랜디 올슨이 말했듯이, “기후는 과학계가 일반 대중에게 제시해야 했던 문제 중에서 가장 지루할 확률이 아주 높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우리가 날씨다≫ (민음사, 2010)




채식을 했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 두 발 달린 동물을 먹지 않았다. 계기는 미국 유학이었다. 기숙사에서 머무는 동안 식당 밥을 주로 먹었는데 메뉴를 고를 때마다 항상, 채식 메뉴가 옵션으로 있었다. 심리적인 문제인지 뭔지 육류 메뉴를 먹으면 종종 몸이 부대끼는 걸 느꼈고,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가 채식을 하기에 나도 큰 불편함 없이 채식을 시작했다. 거창하긴 하지만 윤리적인 이유도 어느 정도 있었다. 종종 벌어지는, 동물의 비윤리적 살생으로 나의 에너지를 보충한다는 게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2012년 즈음에는 채식에 대한 인식도,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 때문에 외식을 할 때면 곤란한 순간들이 꽤 있었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이후 사회인이 되었고 무료 급식이라는 편안함에 편승해 나의 채식 여정은 약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다시 채식을 해볼까 했지만 딱히 계기도 없었고, 불편함을 감수할 정도로 의지가 솟구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하는 노력이 과연 동물에게 도움이 될까,라는 회의감이 컸다. 그러나 요즘 다시, 채식을 생각한다.


기후 위기 문제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가끔 뉴스 헤드라인에 ‘기후'라는 키워드가 보일 때면 이렇게 무관심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스크롤을 내리곤 한다. 빙하가 녹고, 홍수로 인해 집이 잠기고, 동식물들이 멸종한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아도 그때의 충격은 잠시일 뿐, 일상 속 구체적인 변화로 느껴지지 않기에 언제나 관심은 뒷전이 되었다.


저자는 책에서 전 지구적 위기의 진짜 문제는 기후 변화 그 자체보다 사람들의  ‘무관심 편향'과 맞닥뜨리는 것이라 말한다. 극단적 기후, 홍수와 산불, 이주와 자원 부족 등 기후변화에 따르는 재난들을 다 합쳐 놓으면 서사는 점점 추상적이고, 멀고, 고립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구체적이고 가깝고 연결돼있는 현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기후 변화를 인식하고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일상이 불편해진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할 만한 방법이 뭐가 있을까.


저자는 무엇보다 먼저 인간이 기후변화를 초래했다는 사실을 믿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기후변화에 관련된 긴급한 윤리 원칙에 눈 뜨게 하고 미래 대재앙을 막기 위해 현재의 작은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만한 작은 희생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뭔가를 하라, 그리고 뭔가를 느껴라


나는 야구 경기에서 한 번도 파도타기를 시작해 본 적이 없다. 뭐, 굳이 먼저 시작하지 않아도 같이 하면 된다. 열정이 솟구쳐 파도타기를 하고 싶은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 딱 그 순간에 차례가 나한테 온 적도 없다. 감정이 파도타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파도타기가 감정을 만들어 낸다. 나는 한 번도 파도타기를 거부해 본 적이 없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우리가 날씨다≫ (민음사, 2010)


가축은 메탄 배출의 주요 근원이다. 소, 염소, 양은 음식을 소화시킬 때 엄청난 양의 메탄을 발생시킨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소들을 나라라고 치면 이 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에서 3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저자는 축산업이 기후변화의 여러 요인들 중 하나인지, 특정한 주요 요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축산업을 빼고 기후변화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제안하는, 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활동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채식 위주로 먹기, 비행기 여행 피하기, 차 없이 살기, 아이 적게 낳기. 위의 네 가지 행동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질소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채식 위주의 식사뿐이라고 덧붙이며 누구나 식사는 하므로 지구에 대한 걱정을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고 말한다.




모든 음식이 동등하지는 않다



물론 하루 세끼를 채식하십시오,라는 말은 터무니없이 가혹한 조언일지도 모른다. 이런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저자는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제안한다.


책 속에 나온, 각 음식 1인분의 이산화탄소 양을 킬로그램으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소고기 : 3

치즈 : 1.11

돼지고기: 0.78

달걀:0.40

쌀:0.07

콩류:0.05

당근:0.03

감자:0.01


아침 점심으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다면 세끼 모두 채식으로 하는 식단의 평균보다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더 줄일 수 있다 한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어려울지라도, ‘아침과 점심은 야채 위주로 먹는다'는 조금 신경 쓰면 가능한 일이다. 육식을 절제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력 싸움이 자연스러운 시스템이 될 때까지 조금씩 더 노력해 봐야겠다.


다만, 여전히 회의적인 것은 내가 고기를 조금 덜 먹는다고 해서 축산업의 규모가 줄어들 것인가인데, 이 부분이야 말로 함께 행동해서 바꾸어 나가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런 목소리를 낼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재생 에너지 기반 시설을 갖추려면 적어도 53조 달러의 비용에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때쯤이면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을 겁니다. 이와 달리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급속히 줄이면서 동시에 땅을 비워서 더 많은 나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 중 탄소 초과분을 가둘 수 있게 하는 이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 너무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우리가 날씨다≫ (민음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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