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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Mar 19. 2024

자유롭기 위해 배우다

장 자크 루소, ≪에밀≫ (돋을새김, 2008) 중

최고의 행복은 권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에 있다.
이것이 나의 원칙이며 교육에 접목시켜야 할 핵심이다.

- 장 자크 루소, 이환 번역, ≪에밀≫ (돋을새김, 2008)



조카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20살이 넘어 알게 된 외국어 학습의 즐거움, 그것을  그에게도 전달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배움의 즐거움을 전해주고 싶지만, 어째 종종, 공부를 위한 공부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어떻게' 보다 '왜'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 영화 속 명대사가 떠올랐다. 지금의 시기가 바로, 그와 내가 영어 공부를 '왜' 하는가, 무엇을 목표포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오랜 고전으로부터 지혜를 얻어보자.


인간이 강하고 약하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그것은 인간이 지닌 힘과 욕망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가진 힘에 비해 욕구가 크면 클수록 유약해진다. 강해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욕망을 줄여라. 욕망을 줄이면 자신이 원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여분의 힘을 가질 수 있다. 

- 장 자크 루소, 이환 번역, ≪에밀≫ (돋을새김, 2008)


강해지고 싶다면 욕망을 줄이라니, 부처의 말씀 같기도, 노자의 ‘도(길도)’의 길과 같기도 하다. 18세기 초,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살았다니. 고통에 처했을 때 사유하는 인간이 욕망을 대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은가 보다. 






 삼춘기 아이, 어떻게 가르칠까


루소는 열두 살에서 열다섯 살까지를 ‘소년기'라 칭한다. 이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가장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시기이며 아이가 건강한 아이라면 이 힘을 자기 자신의 미래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기야 말로 공부할 시기라고 덧붙인다. 


인간의 지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유익한 것만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익한 지식이라 해도, 아이가 이해하기 까다로운 진리나 인간관계의 경험이 뒷받침돼야만 접근할 수 있는 진리들은 제외해야 한다고 말이다. 


루소는 아이가 기하학이 아이의 지능 발달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이것을 통해 아이는 무엇이 유익한지 옳은지 구분하려 하며 배우고자 하는 의지, 지적 호기심이 고개를 쳐드는 시기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째서 기하학일까? 기하학과 지능의 관계를 챗GPT에게 물으니 기하학은 공간적 추론, 문제 해결 능력, 창의성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 준다. 한마디로 인지 능력과 수리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아이를 더 잘 지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루소는 '느낌을 관념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라고 일러준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감각적 대상에서 정신적 대상으로 갑자기 옮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신이 항상 감각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도록. 아이로 하여금 항상 자연 현상에 주목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길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의 아이에게 지리학을 가르쳐주고 싶은가? 지구의와 지도를 구해주고 싶은가? 그런 상징물로 대체하지 말고 직접 데리고 나가 대상 그 자체를 보여줘라. 자연의 감동이 직접 그의 영혼에 스미도록 하라. 당신이 선생이라면, 절대 말로써 이러한 감동을 전달하려 하지 말라.

- 장 자크 루소, 이환 번역, ≪에밀≫ (돋을새김, 2008)


루소의 말을 영어 공부에 접목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의 경우 실제로 그 나라에 가서 살아봄으로써 그 나라 언어에 대한 관심과 실력이 크게 향상했다. 언어를 배워야 할 학문에서 나아가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해했으며, 새로운 지식을 확장하는 데 필요한 도구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지금도 정보를 찾을 때는 해당 국가의 특징에 따라 한글, 영어 때때로 일본어 프랑스어를 활용해 자료를 검색하곤 한다).


이런 경험을 '직접' 하게 해 주려면 외국에 나가서 살아보는 경험, 하다 못해 관심 있는 분야의 역사적 장소, 이런 데를 함께 가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에 혹은 중학생 때에는 한 달은 함께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이가 이해하지 못하는 말로 가르치려 하지 말라. 묘사하지도 말고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말라. 명료하고 단순하며 냉정하게 말하라. 그는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을 접할 때마다 말없이 그것을 관찰하게 될 것이다. 그는 생각에 잠겨있기에 질문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적절한 시기에 사물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 뒤 그가 충분히 호기심을 가졌다 싶을 때 간결한 질문을 던져 해결 방법을 모색하도록 하라. 

- 장 자크 루소, 이환 번역, ≪에밀≫ (돋을새김, 2008)




배움의 목표는 무엇인가


루소는, ‘에밀'에게 느리지만 꾸준히 걸어가야 할 학문의 길을 가르치기 위해, 남의 이성이 아닌 자신의 이성을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 교사(어른)가 해야 할 일을 친절히 안내한다. 이외에도 경험과 추론을 통해 한 아이가 자신의 관념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설명한다.


이렇게 자란 에밀이 가진 지식은 미미하지만 확실한 자기의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루소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얼마나 쉽게 남의 이성에 휘둘리며 살아왔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나 역시 지적호기심이 일거나 바깥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에 너무 쉽게 남의 이성 - 예를 들면 책과 신문에서 접하는 전문가의 의견 - 에 의지 하지 않았는가, 하고 말이다. 


루소는 교육의 핵심은 많은 양의 지식을 주입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의 두뇌에 보다 '명료한 관념'을 심어주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이라면 그의 이성이나 판단력은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에밀이 가진 지식은 미미하지만 확실한 자기의 것이다. 그는 지니고 있는 지식의 양에서가 아니라 그 지식을 확보하는 능력에서 개방적이며 영리하다. 지식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지식이 왜 필요한지를 따져보게 하고 필요할 때 그것을 획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진전을 느리게 하지만 결코 헛되지 않다.

- 장 자크 루소, 이환 번역, ≪에밀≫ (돋을새김, 2008)


루소는 교육의 핵심은 많은 양의 지식을 주입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의 두뇌에 보다 '명료한 관념'을 심어주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그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것이라면 그의 이성이나 판단력은 지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 나이 때는 이거를 떼야한다', '단어는 몇 개를 외워야 한다'와 같은 HOW TO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정형화된 시스템을 거스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조카와 함께 공부하는 목적을 되새겨 보았을 때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로 이루어진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접하면서 넓혀가는 나만의 새로운 발견의 기쁨을 이 친구도 꼭, 느껴줬으면 하는 바람이 이 수업을 만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를 기다려 줘야 한다. 천천히, 착실히, 그가 직접 경험하며 만드는 '관념'이 무엇인지 잘 '관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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