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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Mar 29. 2024

자본의 흐름을 읽는 방법

보다 높은 경제적 식견을 얻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좋은 투자를 위한 기본 기질을 형성하기 위해 우리는 경제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불어 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우리는 수많은 역사적 사회 현상을 ‘경제', ‘돈'의 관점에서 관찰하고 해석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서준식, ≪투자자의 인문학 서재≫ (한스미디어, 2020) 



아는 것이 힘이다, 라고들 말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회사를 쉬던 때, 반복되는 ‘돈 걱정'의 굴레를 돈에 대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개선할 수 있을까 싶어 펼쳐 본 책이다. 재테크 코너에는 주식, 부동산, 부업 등의 수단을 활용해 자산을 불리는 구체적인 방법서들이 즐비하지만, 막상 자본이라는 것은 왜 생겼고 그것의 흐름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지 계보학적 관점에서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쉬운' 책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경제사라는 학문의 계보를 세계사의 대표적 경제적 사건들을 짚어보며 살피는 책이다. 책의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펀드 매니저로 25년 간 일을 해온 필자가 투자를 잘하기 위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믿음에 대해 이야기 한 부분이 인상 깊다. 그는 인문학적 소양이 높을수록 투자에 대한 혜안을 가지게 되어 보다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새로운 생산 수단은 새로운 신흥 세력을 만든다

철의 발견으로 철기를 생산하면서 식량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잉여 생산물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유통 시장 탄생했다. 자급자족 시대의 끝을 알리는 철기 시대에는 제대로 된 화폐도 탄생하였다. 교환 가치 즉, ‘가격'의 개념도 생기면서, 철제 농기구를 소유한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많은 생산력을 보유하며 이는 부의 축적으로 이어졌다. 철기는 이전의 ‘국가=왕=신'이라는 공식을 깨며 새로운 계급 관계를 만들었다. 새로운 생산 수단, 즉 기술의 발견은 종교와는 관련 없는 왕국 또는 민주시민국가 등 크고 작은 국가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문명의 혜택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돈을 흐르게 한다

르네상스 시대, 지중해 국가 중심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향신료를 수입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것은 유럽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당시 향신료를 독점하던 이탈리아 국가들보다는 향신료를 더 비싼 가격에 사야 했던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국가들은  이때부터 유럽인들은 해로를 통해 인도나 동남아시아로 가서 직접 향신료를 직거래하여 큰 이윤을 남기고 싶은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 대향해 시대는 이렇듯 지리적 입지 조건 외에도 경제적인 요인이 있었다.





자본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한때 전쟁이 종교적 윤리 의식보다 더 앞선 시대가 있었다고 한다. 과거의 이러한 흐름과 달리 현대에는 새로운 기술, 시장 (원재료)의 발견, 정치적인 의사결정, 사회 속 크고 작은 이벤트들이 자본의 흐름을 결정짓는 듯하다. 


한편 1600년대 들어 영국과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출범한 후 오래지 않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그 패권을 넘겨준 것처럼, 새로운 기술, 시장을 최초로 발견했더라도 그 패권을 유지할지 넘겨줄지에 따라 돈의 흐름은 또 변할 것이다. 


저자는 이것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하나는 교역을 통해 많은 부가 들어와도 다른 산업에 투자하거나 하지 않고 기득권과 금융업자들의 손을 거쳐 다른 나라로 흘러가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로 스페인은 1492년 ‘알함브라 칙령'이라는 유대인 추방령을 시행함으로써 20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을  다른 나라로 떠나도록 한 것이다, 금융과 무역을 융성시키던 이들을 떠나게 한 것인 스페인의 민간 경제를 황폐화시킨 결정적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콜럼버스 시대에 스페인의 민간경제가 네덜란드, 영국의 동인도회사에게 패권을 넘겨주며 황폐화되는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부를 만들었을 때 다음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과 혼자서 단기적인 부를 독식할 게 아니라 함께 더 큰 부를 만들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과 부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말이다!


신문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기술의 발견, 원재료 유통 패권의 흐름, 그것을 위한 새로운 정책의 입안 등을 잘 살펴야 돈의 흐름을 잘 따라가겠구나 싶었다. 


그동안엔 흥미 위주의 사회 문화 면 (특히 새 책 코너), 칼럼 면만 읽었는데 이것도 돈의 흐름을 따랐다기보다는 그냥 개인 취향의 관점이었고, 내 취향이 시장의 흐름에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한편, 이런 깨달음을 십 년 전에 알았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아마 십 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았을 거 같다. 결국 경험을 통해 겪은 시련들 덕분에 관심이 없던 경제학 책도 읽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경험을 통해서만 배우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정치에는 관심이 가지 않는다. 게다가 정치와 전쟁이 같이 엮인 이야기는 더더욱 말이다 (그렇지만 4월에 선거는 꼭 할 것입니다. 엣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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