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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Apr 01. 2024

두려운 삐삐, 겁쟁이 차차

캐럴 드웩, ≪마인드셋≫ (스몰빅미디어, 2017) 중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게 쉽게 낙인을 찍고 단념해 버리지 않는 겁니다. 아무리 큰 과절이 찾아와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맞이하고, 꾸준히 밀고 나갈 준비가 되어 있지요.

- 캐럴 드웩, 김준수 옮김 ≪마인드셋≫ (스몰빅미디어, 2017) 




재작년 겨울, 회사를 나온 후 교육을 마치고 나면 무난하게 다음 거처로 옮길 줄 알았다. 기대한 미래의 문은 생각보다 쉽게 열리지 않았고,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해 그 와중에 이런 저런 새로운 도전들을 했다. 봉사 공동체 활동에 참여 했고, 직업인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개인 콘텐츠 채널도 운영해보고, 작지만 새로운 사업도 시작했다.


2023년 하반기와 2024년의 시작은, 이렇듯 관계와 재정 면에 있어 여러 가지 ‘시작'을 했던 시기다. 시작한 것은 좋지만, 지속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했다. 공동체 활동 중에 마주하는 관계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봉사활동이라는 활동 취지에 비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현실에 괴리감을 느꼈으며, 기쁨의 순간도 많았지만, 궁극적으로 몇 개월 간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는 없이 시간과 자본만이 점점 더 사라지고 말았다. 


‘하다 보면 분명,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될 거야', ‘분명 어떤 형태로는 기회가 주어질 거야'라는, 운에 기댄 막연한 희망 배터리도 마치 재활용 가능한 배터리가 더이상 그 기능을 하지 못 하게 된 것처럼, 고갈 되어가는 느낌이다.


결국 자아실현, 꿈꾸는 것, 사회에 기여하는 것, 다 좋지만 내가 생존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나는 계속 불안해 하고, 나의 신세를 한탄하게 되어버리는 구나, 이런 생각을 자주했다. 


아침이 되면 실패와 좌절에 굴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라고 다짐하지만 저녁이 되면, 이것들이 정말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러 번 의심하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가짜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까? 


‘과정'이란 단순한 ‘노력' 그 이상의 의미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바라는 과정이란 이렇듯 충분히 노력하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며,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단계로 이뤄지는 겁니다.

- 캐럴 드웩, 김준수 옮김 ≪마인드셋≫ (스몰빅미디어, 2017) 


책의 저자는 성장 마인드셋에 대한 오해 몇 가지를 이야기한다. ‘노력'의 과정만을 강조하는 마인드셋이 성장 마인드셋이냐 하면, 그것이 아니라고, 더 이상 효과가 없는 것 같은 전략을 고집하면서 애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적절한 도움이나 조언을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내가 지금 하는 노력들이, 어쩌면 과거에는 잘 작동했을지 몰라도 더이상 효과가 없는 노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펙을 쌓고, 그럴싸한 이름을 가진 회사에 그럴싸한 직무의 일을 하고자 무조건 이력서를 들이밀고 면접을 보는 것. 이것이 과연 내가 바라는 직업인의 모습을 위한 노력일까? 


아이의 교육 관점에서 이야기 한 것이지만, 일생을 살아가는 데, 계속 배워가며 성장하기 위해 고려해야할 부분들이라고 생각한다. 노력 하되, 필요하다면 과거의 공식을 과감히 삭제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전략을 갱신하고, 필요할 때는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 그동안 나는 혼자서 어떻게 해보려고 너무 아등바등해왔던 건 아닐까. 그러면서 좌절을 맛보면, ‘왜 이 노력이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 거지?’하고 낙담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개인의 커리어 뿐만 아니라 누구를 만나는지, 돈을 어디에 쓰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등 시간을 쓰는 다양한 영역에서도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더이상 혼자서 노력해서 이루어지는 것보다 꽤 많이,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더 선명하게 알아차리게 되었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장 마인드셋을 기를 수 있는지, 4단계를 제안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인정'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교육시켜서 우리의 여정에 참여시키면 성장 마인드셋의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더 좋은 건,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여정을 지속하도록 돕는 법 또한 배울 수 있다는 점이죠.

- 캐럴 드웩, 김준수 옮김 ≪마인드셋≫ (스몰빅미디어, 2017) 


나는 내가 이미 성장 마인드셋을 잘 알고 있다고, 그런 사람처럼 보이길 원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해야할 때이다. 저자의 제안처럼, 나의 현재 마인드셋을 ‘인정'하고, 그것을 자극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판단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고), 그것에게 이름을 지어주고(페르소나 명명하기), 그를 나의 성장 여정에 동행시켜 계속 함께 배울 것이다.


자, 우선 이름을 지어볼까? ‘두려운 삐삐‘ , ‘극단적인 부부', ‘겁쟁이 차차'. 페르소나가 아주 많구나.

 


지금 당신이 변화해야 할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뿐입니다. 변화가 당신에게 필요할 수도,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어느 쪽이든 부디 성장 마인드셋만은 마음속에 담아 두세요. 그럼 어떤 장애에 부딪힐 때마다 그 성장 마인드셋에 의지할 수 있을 겁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항상 당신과 함께할 테니까요. 미래를 향한 길을 당신에게 보여주면서.

- 캐럴 드웩, 김준수 옮김 ≪마인드셋≫ (스몰빅미디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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