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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리 Apr 08. 2024

 내 이야기는 소음일까 화음일까

도널드 밀러, ≪무기가 되는 스토리≫ (윌북, 2018) 중



최근 기억에 남는 광고 하나가 있었어요. 다이어리 광고였는데요. 제품을 쓰기 전에 겪고 있던 고민, 쓰는 과정에서 느낀 점, 감정을 기록하면 좋았던 개인 경험을 솔직하게 이야기한 광고였는데 굉장히 인상 깊더라고요. 분명 비슷한 제품을 여럿 봐왔는데도, 이 제품은 한 번 사용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유사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임에도 광고를 보고 써보고 싶다,라고 느끼게 해 준 경험이요. 


일상을 살아가며 우리는 많은 소음과 마주하게 됩니다.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라고 느끼는 광고도 그런 것 중 하나죠.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평균적으로 자기가 가진 시간의 30퍼센트 이상을 공상에 보낸다고 해요. 어떤 스토리를 직접 읽거나 듣거나 보고 있을 때만 ‘빼고' 말이죠.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스토리가 공상을 대신해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스토리야 말로 우리가 소음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무기라고 말합니다. 저자 도널드 밀러는  인간의 관심을 몇 시간씩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것은 스토리밖에 없다며, 훌륭한 스토리에는 몇 단계의 공식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오늘 읽은 <왜 당신의 마케팅은 폭망 했나?> 란 챕터에서는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주 하는 두 가지 큰 실수를 언급합니다. 먼저,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이 살아남고 번창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뇌가 이미 많은 칼로리를 소비하며 정보를 걸러내고 있기 때문에, 생존과 번창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를 힘을 들여 해석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실수는 이것의 연장선인데요.  많은 브랜드가 실생활에서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이야기를 빠르게 만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존하고 번창하는 데 도움이 되는 브랜드를 찾고 있으며, 의사소통이 빠르고 간명해야 함에도, 많은 기업은 메시지를 고객에게 너무 늦게 전달하거나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제공하고 있다고 해요. 


저자는 고객의 생존과 번창에 도움이 되고, 그것을 핵심만 간명하게 잘 전달한 사례로 애플의 광고를 언급합니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난 이후 픽사에서 머물면서 소비자 중심의 짙은 호소력을 지닌 메시지의 힘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애플에 복귀해 내놓은 첫 광고에는 두 단어만이 적혀 있었죠. ‘남다른 생각을 하라 Think Different.’


애플은 모든 고객이 숨 쉬며 살아있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이해했고 고객의 스토리를 활용했다. 그러기 위해서 애플은 첫째,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알아냈고(자신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한다), 둘째, 고객이 겪고 있는 난관을 정의했으며(자신의 숨겨진 천재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셋째, 고객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했다(컴퓨터와 스마트폰). 이 하나하나의 각성은 대대로 스토리텔링을 떠받치는 기둥이었으며 오늘날까지 고객의 마음을 얻는 데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 도널드 밀러, ≪무기가 되는 스토리≫ (윌북, 2018) 


애플의 메시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토리의 주인공을 고객으로 정한 데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이루는 데 맞닥뜨리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한다는 메시지를 단 두 단어에 담아낸 애플의 창의력과 통찰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어요. 그리고 이 과정을 이야기 속 캐릭터가 겪는 7단계의 여정 프레임 안에서 해석한 점도 흥미로웠고요. 


사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최고의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최고로 빨리 이해할 수 있는’ 제품을 사는 구매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정확하게 메시지의 핵심을 담아내는 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이야기가 가닿게 하기 바란다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체크 포인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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