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딥, ≪1페이지 마케팅 플랜≫ 중 한 챕터를 읽고
기대보다 가파르게 오르지 않는 매출과 신규 가입자 수를 보며 속절없이 푸념만 늘어놓는 마케터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같은 방법으로는 같은 결과만 나온다,는 누군가의 지혜를 빌려 나에게는 낯선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느낄 즈음 책 ≪1페이지 마케팅 플랜≫을 만났어요.
이 책에서는 같은 업계, 같은 상황에서도 성공하는 이들이 과연 무엇을 다르게 하는지 주목하고, '한 장 짜리 돈 버는 마케팅 플랜'을 지금 당장 실행하라고 제안합니다. 언뜻 보면 '돈 버는 한 장 짜리 마케팅 플랜'이라는 문구가 사기꾼의 멘트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쉬운 방법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기도 하죠. 하지만 저자 앨런 딥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의 제안에 귀 기울여볼 만합니다.
연쇄 창업가이자 기술 전문가,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는 IT, 통신, 마케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많은 회사를 창업하고 성장시켰습니다. 그가 세운 회사 중 하나는 4년 만에 경제잡지 ≪비즈니스 리뷰 위클리≫가 선정한 호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BRW Fast 100 목록에 올랐다고 합니다. 그의 아이디어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단순히 공허한 탁상공론에 불과할지는 해보기 전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왕이면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 읽은 5장 <관심고객을 육성하라>는 다양한 마케팅 채널 확보의 중요성을 다룹니다. 저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조 지라드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하루 평균 2.4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조가 남달랐던 점은 고객들과 끊임없이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고객 명부의 모든 이에게 매달 개별적인 안부 카드를 보냈습니다. 1월에는 신년 축하 카드를, 2월에는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죠. 그 결과, 자동차 영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을 때 그에게 차를 사는 사람들의 거의 3분의 2가 재구매 고객이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조의 사례를 들며 마케팅은 '농부처럼 해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관심고객이 포착되면 즉시 당신의 고객 관리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들을 시스템 안으로 들여놓은 후 시간을 들여 반복적으로 접촉한다. 여기서 접촉이란 그들을 노골적으로 귀찮게 해서 어떻게든 구매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관심고객이 당신 회사로부터 무언가를 구매하게 하기 전에 미리 가치를 제공하고, 신뢰를 구축하며, 그 분야의 전문인으로 당신이 권위자임을 보여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 앨런 딥, ≪1페이지 마케팅 플랜≫ (알파미디어, 2022)
이 글을 읽고 최근 한 신문사로부터 연달아 받은 구독 권유 전화가 떠올랐습니다. 처음에는 그들의 상황과 노력을 이해하려 했지만, 반복되는 전화에 결국 감정적으로 거절하게 되었어요. 만일, 그 전화들 사이에 어떤 형태로든 가치를 제공받았다면 상황이 달라졌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책 덕분에 흥미로운 통계도 알게 되었는데요. 저자에 따르면 89.8%의 영업 사원이 고객과의 접촉 4번째에 포기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고객이 준비될 때까지 9번이고 10번이고 접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물론 매번 가치를 제공하고 신뢰를 쌓아가면서 말이죠.
거절당할 용기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통계적 접근을 통해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과 함께,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이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쉽게 떠올리기 어려웠을 생각일지도요. 또 한 번 저를 고정관념의 상자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준 책, ≪1페이지 마케팅 플랜≫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