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37을 놓친 새벽

by 김바리


알람은 5시 20분에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들었고, 끄기도 했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10분을 더 누워 있었다. 천장에 엷게 번지는 새벽빛을 바라보며, 오늘은 꽤 잘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전날 운동복도 꺼내두었고, 가방도 챙겨두었고, 마음도 다잡았으니까.


집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계획 안에 있었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저 멀리서 7737번 버스의 등이 보였다.

신호등은 빨간불이었고, 나는 중간 보도 위에 멈춰 서 있었다.

버스는 생각보다 빠르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정류장을 스쳐 지나갔다.


시계를 봤다. 5시 56분.


원래라면 6시쯤 독립문에 도착해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정류장 안내 화면에는 “다음 버스 14분 후”라는 숫자가 무심하게 떠 있었다.


14분.


그 숫자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됐다.

10분 늦는다.

킬로당 7분 페이스라면 1.5킬로.

나는 이미 1.5킬로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잠깐 화가 올라왔다.

그런데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버스는 빨리 왔고, 나는 조금 늦게 나왔고, 신호등은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대상이 없는 분노는 금세 식었다. 대신 미지근한 좌절이 자리를 잡았다.


정류장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안 가면 어떨까.’

일찍새를 가지 않는다면, 이 1시간을 어떻게 쓰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

집으로 돌아가 글을 쓸까. 아니면 따뜻한 이불 속으로 다시 들어갈까.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늦더라도 가는 편이, 기분이 낫지 않을까.

의준님이 공유해준 루트를 따라 달리다 보면 중간에 만날 수도 있고, 못 만나더라도 명상은 함께 할 수 있겠지.


정답은 늘 단순했다.

가면 된다.


버스가 도착했고, 나는 탔다.


창밖으로 새벽의 공기가 흘러갔다.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새벽에 함께 달린다는 것은 사실 그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것은 전날 밤 10시 반에 침대에 들어가는 일이고,

괜한 영상을 더 보지 않는 일이고,

술잔을 한 번 덜 기울이는 일이고,

알람이 울렸을 때 다시 눈을 감지 않는 일이다.


새벽 6시 20분에 달린다는 문장은 간단하지만,

그 문장 뒤에는 수많은 작은 선택들이 붙어 있다.


오늘은 완벽하지 않았다.

5시 20분에 일어났지만 10분을 더 누워 있었고,

버스를 놓쳤고,

도착도 조금 늦었다.


그래도 나는 갔다.

가지 않는 선택 대신, 가는 선택을 했다.


어쩌면 일찍새의 진짜 미션은

함께 달리는 40분이 아니라

전날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나와 타협하지 않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50퍼센트쯤 성공한 날이다.

아니, 조금 후하게 쳐서 60퍼센트.


다음 주 수요일에는

알람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 보자.


아주 작은 약속을

나에게.










keyword
김바리 도서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획자 프로필
팔로워 131
작가의 이전글일상의 선택이 곧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