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선택이 곧 나였다

익숙해진 리듬이 나를 설명하는 방식

by 김바리



매주 수요일 아침은 ‘일찍새’ 하는 날이다. 도시명상이라는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새벽 달리기 모임. 오늘도 어김없이 달리러 나갔다 왔다.


이제 제법 새벽 기상에 익숙해졌다. 나에게도 이런 변화가 올 줄은 몰랐다.


처음의 목표는 단순했다. 수요일에 한 번, 새벽에 일어나 달린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어느새 수요일뿐 아니라 화요일 새벽에는 요가를 하고 있고, 다른 평일과 주말에도 알람 없이 여섯 시쯤이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물론 화장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몸이 먼저 깨어난다.


예전의 나는 그렇지 않았다. 새벽 두세 시쯤 한 번 깨 화장실에 다녀오고, 다시 잠들어 일곱 시나 여덟 시에 일어났다. 취침 시간도 더 늦었고, 잠들기 전까지 폰을 보는 게 습관처럼 굳어 있었다. 저녁에 할 일을 잔뜩 만들어놓고는 지키지 못한 채 미루고, 보상심리로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늦잠을 자 택시를 타고 출근하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그런 패턴이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치 예전에는 그렇게 살지 않았던 사람처럼 지금의 리듬이 빠르게 몸에 배고 있다.


이제는 아침 일찍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도 부담이 아니다. 휴게실 통창으로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강변대로를 지나는 차들을 내려다보고, 태블릿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이 꽤나 쾌적하다. 아주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돌이켜보면 완벽히 의도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시간과 공간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최적화되고 있다. 이사를 하지 않아도, 억지로 잠을 쪼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정렬된다. 내가 가진 자원 중 활용할 수 있는 최대치를 쓰고 있다는 감각도 든다.


특히 운동 시간을 새벽으로 옮긴 변화는 컸다. 새벽에 운동을 해야 하니 전날 조금 더 일찍 잠들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퇴근도 너무 늦지 않게 하게 되었으며, 저녁에 인지적 부하가 큰 활동을 자제하게 되었다. 아침에 글쓰기와 운동을 연달아해야 할 때는 둘 다 잘 지키지 못했는데, 운동을 새벽에 끝내고 출근하니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기에 충분한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그렇게 마음먹었을 때는 되지 않던 것들이, 이런저런 조정을 거친 끝에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굴러가고 있다.


하루키는 이렇게 산다더라, 아침형 인간은 저렇게 한다더라, 풀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루틴을 쓴다더라. 그런 선망의 대상들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그렇게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자꾸 그들의 하루를 빌려 살려고 했던 것 같다.


요즘의 일주일 루틴은 지금의 내가 가장 최선의 내가 될 수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익숙해지면 조금씩 고쳐보고, 궁금해지는 것을 하나씩 더해가며, 내가 나이고 싶은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방식이다. 누군가는 ‘먹는 것이 곧 나다’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나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은 다른 쪽에 있다. 나는 매일 어떤 시간에 일어나고,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뒤로 미루는지로 나를 만들어간다. 그래서 요즘은 이 말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일상의 선택이 나고, 루틴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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