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컨셉진 캠프 - 한 권의 잡지로 자신을 기록해보는 캠프 3주차 미션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멘탈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콘텐츠 기획을 하는 김바리입니다. 새로운 걸 배우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해 사무실 밖에서는 ‘인풋 요정’으로도 불리고 있어요. 사람들을 관찰하며 대화와 행동 속 ‘Why’를 탐구하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 저는 29살에 프런트엔드 개발자에서 영상 제작자로 직무를 전환해 지금까지 계속 시청각 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대학생 때는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기보다 예술과 공학 기술을 접목한 멋진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품고 있었어요. 개발자로 사회에 첫발을 뗀 후 좋은 기회로 스마트 TV 광고 개발과 운영 일을 하며 시청각 콘텐츠가 최신 기술을 통해 고객에게 얼마나 더 잘 전달될 수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경험을 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영상 콘텐츠 기획과 제작에 더 관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고 독립영화 제작 스태프 막내로 합류하여 콘텐츠 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도메인은 조금씩 변하였지만 ‘내가 만드는 콘텐츠로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 도전적이다. 긍정적이다. 열정적이다. 능동적이다. 친절하다. 감성적이다. 배려를 잘한다. 솔직하다. 예의가 있다. 의지가 강하다. 탐구적이다. 한편 이러한 성격이 때로 부정적으로 흘러갈 때도 있는데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할 때 때로 대책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너무 배려하려다 보니 상대방의 눈치도 많이 보기도 하고 탐구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날 땐 생각을 오래 하고 ‘왜’를 계속 따지다 보니 조금 공격적으로 표현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열정적인 것도 때로 산만하게 비칠 때도 있는 것 같고요. 과한 부분은 개선하려고 계속 노력 중입니다.
: 가장 잘하는 것은 몰래 칭찬하기. 주변 사람들의 외모 변화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에요. 듣는 분도 말하는 저도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다는 게 좋아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면 꼭 칭찬하려 해요. 가장 자신 없는 것은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장점을 어필하기입니다. 자기 PR 시대라고 해서 많이 연습하고 나아지고는 있는 것 같은데, 부끄러움이 많은 편인 저에게 대중 앞에서 자신을 어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에요.
: 요즘 저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단연 아침 공기예요. 11월 들어 수영을 다시 시작했어요. 7시 아침 수영 후 샤워를 마치고 덜 마른 머리로 수영 센터를 나서 3호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에 가파른 언덕을 하나 내려가야 하는데요. 이때 눈앞에 펼쳐지는 탁 트인 하늘과 그 밑으로 길게 늘어선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는 차들의 소리, 얼굴을 차갑게 때리는 새벽이슬 머금은 공기는 조금 과장하자면 자연이 허락한 합법적 마약 같다고 느낄 정도로 정말로 기분을 황홀하게 한답니다. 이 기분이 그날 하루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 언니들, 그리고 조카들. 적고 보니 그냥 가족 전부네요. 지금의 제가 있고 또 미래의 저를 꿈꾸게 하는 데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20살 후반에 저는 서른 살 이후 제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예상이 안 되었어요. 그런데 그즈음에 하던 일을 좀 더 제가 하고 싶은 일로 전향했고 또 조카가 태어나면서 내가 하는 일로 다음 세대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더 깊게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삶의 비전뿐만 아니라 일상의 태도에서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언니들과 조카들이랍니다.
: 다양한 나라에서 거주를 해본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을 하러 갔을 때는 학교 선생님부터 가족들까지 모두가 반대했었어요. 일본 문화에 관심이 있었고, 운이 좋게 장학금을 받고 교육을 받을 기회이니까 반대를 무릅쓰고 크게 고민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버렸는데, 3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한국으로 돌아와 대학을 다시 준비할 땐 무엇하나 이룬 게 없다고 느껴져서 크게 좌절했던 기억이 있어요. 하지만 더 오랜 시간이 지나 미국, 프랑스 등 다양한 나라에 거주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진 제 모습을 발견했어요. 아마 일본에서 경험이 없었다면 해외 거주하는 것에 대해 더 겁을 먹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도 지금처럼 이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다시 언어를 배우는 아이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면서 끊임없이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고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태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은데요?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먼저 극복한 인생 선배들의 인터뷰나 또 가깝게는 친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통해 깨닫게 되면서 제가 어려움이라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다 그냥 삶의 과정에서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중학교 때까지 배드민턴 선수였어요. 슬럼프가 크게 와서 운동을 그만뒀을 때 공부하는 친구들 사이에 끼지 못하고 겉돌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도 정말 어려운 시기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세계가 변화하면서 겪은 자연스러운 성장통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원동력이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려움을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태도’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 제 기준에서 도전적이지 않은 과제를 위해 하루의 오랜 시간을 할애할 때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이건 권태라고 표현해야 적절할까요? 진짜 슬럼프는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시간과 마음을 썼는데 변화가 더딜 때. 그럴 때 오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두 가지 방법을 택하는데요. 하나는, 그 일을 적당한 수준에서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그 후에 결과만 같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다른 방법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탐구해 일의 재미와 결과의 수준을 올리기. 다른 하나는, 내 기준에서 열심히 해봤는데 안 된다면, 피할 수 없다면 떠나라 (?). 빨리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직장 동료에게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 되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가장 열정적이었던 순간이 딱히 없는 것 같아요. 제가 기억력이 나쁘기도 하고, 또 사회 초년생 때 오래 아팠던 적이 있어서 몸이 상할 만큼은 스트레스받지 말자는 모토로 목표가 있으면 조금 미리미리 천천히 준비하는 편이라, ‘불태웠다!’라고 자랑할 만한 때가 없던 것 같습니다. 한편,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도 해요. 제가 가장 열정적이었다고 말할 순간이 찾아올 거라는 생각에요.
: 영화과 대학원 진학에 실패한 것. 아까 슬럼프 이야기를 할 때 빠른 포기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개발자에서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그 해 영화과 대학원 원서를 냈었어요. 딱히 준비한 것도 없이요. 운 좋게 면접까지는 갔지만 누가 봐도 준비 안 된 애송이라는 게 티가 났겠지요? 그렇게 대학원 진학에 실패하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이 다시 시작되면서 약간은 도피성으로 프랑스 어학연수를 갔다 왔는데요. 이 실패 덕분에 해외 경험을 하며 조금 더 천천히 장기적인 커리어 맵을 고민할 수 있었고, 또 무엇보다 취미로 삼아야 할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게 되어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하하.
: 70억은 어린아이들이 더욱더 건강한 온라인 환경에서 뛰어놓을 수 있도록 권장하는, 뉴미디어 도덕 교육 같은 것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데 기부하고 싶어요. 나머지 30억으로는 교육 기관을 지어 유능한 선생님들이 모여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세계가 가진 기후 위기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체를 운영해보고 싶어요. 위에는 사실 많은 돈을 어떻게 굴려야 멋지다는 이야기를 들을지 고민한 내용이고, 서울 교외에 멋진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어 고양이들과 함께 조용히 살면서 글을 쓰고 작은 숲속 도서관에서 어린아이들과 모여 글을 읽고 나누는 삶을 살고 싶네요.
: 제 모습 마음에 듭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이 되는 게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예요. 물론 때로는 늦잠도 자고, 또 과음도 하고 하지만 ‘읽고 쓰고 달리는 사람’이라는, 제가 생각하는 멋진 제 모습에 가까워지려고 매일 아침 5시 55분에 챌린저스 기상 미션을 달성하려 합니다. 이런 제 모습을 응원해준다는 의미에서도 마음에 든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10일 중 3~4일은 실패하지만요!).
: 직업적으로 큰 꿈이 생겼고 점점 더 구체화하는 중인데요. 그걸 이루기 위해 바로 다음 커리어 목표를 조금 높게 잡았다 보니 ‘늦지 않게 잘 도약할 수 있을까?’라는 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이에요. 주변에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나 친구가 없다 보니 조금 막막하기도 하고, 또 궁극적으로 제가 이루고자 하는 큰 꿈에 맞는 답인지, 정답이 있긴 한지 싶기도 하지만 부딪혀가면서, 또 요즘은 헤이조 이스나 커피 챗 같은 좋은 서비스 플랫폼들도 많으니 그런 곳에 도움도 얻어가면서 제 고민을 해결해 나가보려고 합니다.
: 에세이 작가이자 문학 교수셨던 장영희 작가님의 에세이를 참 좋아했어요. 삶이 고통이 아니라 기적임을 이야기하는 따뜻함이 좋았거든요. 작가님의 책 중에 영미 시를 소개하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중 에밀리 디킨슨의 시 한 구절을 읽고 그때부터 그 문장이 제 삶의 목적이 되었어요. “내가 만일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결국 제가 하는 일로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사는 게 제 삶의 목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10년 뒤면 어느덧 정말 백세 시대에도 중년의 나이라 불릴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있을 텐데요. 그때 저는 10개의 외국어를 하며 많은 사람이 온라인 세계에서 즐겁게 뛰어놀 수 있게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매일 달리고 읽은 책은 더 늘어나 집 서재 앞에 서서 어떤 책을 알라딘에 되팔까 고민하고, ‘인풋 요정’으로 불리는 지금은 배우는 시간이 더 많지만, 10년 뒤 저는 배우는 시간만큼 나누는 시간이 더 늘어난 하루를 살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 삶의 의미를 모르고 왔지만, 삶의 재미를 알고 떠난 사람이라고 남기고 싶어요. 제 인생의 목표가 ‘귀여운 할머니’가 되는 거거든요. 할머니가 되어도 호기심을 잃지 않고, 계속 저를 매일매일 새롭게 갱신해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싶고요.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야겠죠? 오늘보다 내일 야채 더 먹고 조금 더 걸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