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구가 백혈병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시리즈가 한 편으로 끝나기를 바라요

by 김바리

누군가의 죽음을 상상해본 적이 언제인가.



HID였나, BID였나. 여하튼 어려운 병명을 가졌다 해서 스테로이드 약을 한 달 넘게 처방받아먹었다. 약 덕분인지 구토는 줄었고, 평생 아침저녁으로 약을 먹여야 하는 수고로움은 생겼지만 이것이 옹구와 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안을 때마다 등뼈가 만져지는 정도가 점점 심각해졌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했는데 척추뼈의 오돌토돌함이 그대로 전해졌고 아랫배가 홀쭉해졌다. 분명 구토가 줄었는데 그렇다면 살이 쪄야 하는데 옹구는 오히려 점점 말라만 갔다.



백혈구 수치가 부쩍 낮아졌다고 했다. 피검사를 해보니 5 점대였던 백혈구는 2점대로 내려가 있었다. 체중도 한두 달 사이 0.8킬로 정도 줄어있었다. 고양이에게 0.8킬로는 사람으로 치면 자신의 몸무게에 20프로 가까이 몸무게가 준 것과 다름없었다.



퇴사를 겸하여 여유가 생겨 들른 검진에 이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니.



일주일 동안 밀착 관리 (라고 해봐야 밥 잘 먹는지 지켜보고 눈 마주칠 때마다 안아주기)를 하였고, 다시 들렀을 때는 체중이 0.2킬로 정도 늘어있었다. 그런데,








백혈구 수치는 1점대로 내려가 있었다.







백혈병일 수도 있다고 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골수 검사를 해서 백혈병 여부를 판단하거나, 한 주 더 지켜보거나. 골수 검사를 하려면 마취를 해야 하고 옹구의 몸에 주사기를 꽂아 골수에서 무언가를 채취해야 한다고 했다. 한 주 더 지켜보면 그 사이에 큰일이 날 수 있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라고 하셨다.








혹시 내가 이 한 주를 유예한 것에 대해 후회하진 않을까.







그리하여 나는 옹구에 대한 글을 쓴다. 나의 소중한 고양이.



앞으로 몇 주후에 이 글이 끝날지는 모른다. 옹구와의 지금이 휘발되어 버리기 전에 옹구와의 과거가 머릿속에서 사라져 버리기 전에 담아 두고 싶다 그와의 추억을.



나의 소중한 고양이 옹구. 멀리 김해에서 5시간을 달려 망원에 와준 내 소중한 고양이 옹구.



주인이 여행을 가도 오래 자릴 비워도,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도 에어컨 없이 더운 집에서도, 오래 혼자 집을 지켜도, 이상한 길 고양이 네다섯 마리에 의해 자기 보금자리가 뺏겨도 하악질 해가며 버텨준 옹구. 항상 그 자리에서 내가 돌아오면 안겨준 옹구. 만짐 당하기 싫을 땐 과감하게 물어제끼던 옹구. 내가 힘들 때 가만히 다가와 내 몸에 기대어 잠들어준 옹구.










내 사랑 옹구.









그러고 보면 물어제끼던 그때의 옹구는 지금보다 건강한 옹구였을까.


지금은 눈만 마주치면 안기려들고, 아무리 만져도 물지도 않고, 이리 가도 저리 가도 졸졸졸 따라와 내 자리 밑에 식빵 굽고 앉아 있는 옹구. 눈이 마주치면 계속 지그시 나를 자신의 눈에 꾹꾹 눌러 담으려 하는 것만 같은 옹구.


자꾸 그런 눈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지 말아 줘요 옹구.



옹구를 지금 보내고 싶지 않아요 하나님. 상상해요 저는 그런 집을. 햇볕이 잘 들어서 오전 10시부터 밤 8시까지 우리 고양이들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해를 만끽하는 모습을. 우다다다다 뛰기에 충분한 공간, 그런 것들을 상상해요.


지금은 아니에요.


이다음 집에 이사 가면 그때 생각해보게 해 주세요. 옹구찌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연인을 만나게 되면 그때 생각해보게 해주세요. 옹구찌를 누구보다도 호화로운 환경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되는 경제 상황이 되거든 그때 생각해보게 해 주세요 하느님.








지금은 너무 일러요.







아직 아니에요.








이 글의 시리즈가 한 편으로 끝나기를, 더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요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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