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돌아보며 생각한 것

퍼블리가 쏘아 올린 작은 회고의 공

by 김바리

퍼블리 1년 구독도 1월이면 끝이다. 그러고 보면 옆자리 직장 동료가 1년 구독권을 같이 결제하자고 제안했던 것도 22년 1월이었구나. 약 11개월 사이 동료도 나도 회사를 퇴사했고, 그전에 둘은 다른 업무를 하게 되어 자리도 멀어지게 되었지. 그러고 보면 11 개월 사이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퍼블리에 올라오는 새 아티클은 웬만하면 제목이라도 매일 챙겨보려 하는 편이다. 지난달에 2022년을 수확해보자는 콘셉트의 회고 아티클이 있길래 냉큼 노션 템플릿을 다운로드하여 작성을 시작해 보았다. 마침 퇴사도 했고 여유 있게 11월 한주 정도 시간 내어해 볼 요량으로 시작, 하루에 한 달씩 해야지 했던 게 구글 포토 어제 일기, 저널 등 흔적들을 다 살피려고 하다 보니 2주가 넘게 걸린 2022년 11월까지의 회고 (물론 중간중간 빼먹은 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1월부터 11월까지의 흔적을 찾아 사진을 백업해둔 구글 포토를 한 달씩 들여다 보고, 매일 전날의 일기를 적었던 어제 일기도 보고, 아침마다 쓰려고 노력했던, 벌써 800일 차에 접어든 미라클 저널을 넘겨보는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면, 일상은 짧게 보면 즐거운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월 단위로 큼직하게 잘라서 보니 매 월 재밌는 일도 많았고, 유익한 경험도 많았고, 괜찮았던 콘텐츠도, 기분 좋은 소비도, 사람이랑 함께한 즐거운 순간도 많았다는 것이다 (역시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 건가요 하하).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일, 관계, 나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정말 몇 가지만 추려보려고 다시 한번 월 별 회고한 내용을 펼쳐보았다. 도무지 세네 개의 것으로만 요약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어찌 다 몇 문장의 활자로 담을 수 있을까. 하지만, 올해 일적으로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우선순위에 맞게 일 처리를 하지 못 한 부분’이었기에, 과감하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만 ‘우선순위에 맞게’ 꼽아보고자 한다.




� 일적으로 좋았던 것

연봉이 올랐다

주 2회 , 영어 회화 수업을 꾸준히 하였다

어렵게만 느끼던 섭외 성공을 인문학의 영역에서 (?) 확률의 영역으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인간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준 회사와 아쉬운 이별을 했다 (하지만 나의 성장을 위한 변화라고 생각하기에 좋았던 것으로 간주)

단편 소설을 하나 써냈고, 제출을 해냈다


� 일적으로 아쉬웠던 것

2022년 목표였던, 외국계 이직을 하지 못 했다

PM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하지 못 한 채 퇴사를 했다

퍼스널 브랜딩이 올해 키워드였는데 이렇다 할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않았다



� 관계적으로 좋았던 것

사랑하는 첫째 조카에게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읽을 수 있게 도와준 것

이성을 만나는 경험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내가 힘겨워하는지 더 잘 알게 된 것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챙긴 것


� 관계적으로 아쉬웠던 것

바쁘다는 핑계로 나의 고양이 옹구 건강을 미리 챙기지 못한 것 (4월~)

일 적인 부분에서 네트워킹을 적극적으로 만들지 못한 것

마음이 맞는 이성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



�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은 우선순위를 좁히기가 어렵습니다)

아침 출근길 원서 읽기를 습관화한 것

댄싱 보라에서 춤을 배운 것

생일선물로 받은 긍정 카드, 타로카드를 통해 매일매일 마음가짐을 정돈한 것

교보문고를 자주 갔고, 책을 많이 읽었다

운동을 꾸준히 했다. 기록 스포츠 나가서 개인 신기록 세운 것

정기 기부를 시작한 것

왁싱, 머리 영양 등 몸의 아름다움을 위해 투자 하기 시작한 것

피아노를 계속했고, 이제 바흐의 곡을 치기 시작한 것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고 하루키 소설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것

광화문 주변을 달려본 것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으며 소소하고 구체적인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낀 것

이 외에 환승 연애 2, 어나더 라운드, 밥보다 재즈 등 나를 행복하게 하는 콘텐츠를 접한 것


�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것

읽었던 책을 좀 더 체계적으로 복기하지 않은 것

경제 활동, 돈 관련해서는 약간 비현실적인 목표를 세웠고, 지키지 않은 것

체중 관리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

고치고 싶었던 습관 중, 술과 폰 보는 것 관련한 부분 잘 해내지 못한 것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이 여전히 미숙한 것



위에 적지 못한 구체적인 소비에 대한 것들이 잊힐까 봐 조금 아쉽다. 그렇기에 경험한 것에 대해서 좋았던 이유, 싫었던 이유를 더 꼼꼼하게 기록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한, 목표를 세울 때는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조금 높은 수준으로 목표를 세워야 하겠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얻는다(그러고 보니 스토아 철학에서 말하는 목표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편,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그 해의 키워드를 정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한다. 미셸 오바마가 한 해의 키워드를 정했던 것처럼, 나 또한 ‘OOO 하기’가 아니라 ‘친절’, ‘겸손’과 같은 긍정의 단어로 2023에 특히 더욱 유념하고 싶은 나의 태도를 정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을 더하려고 하기보다 어쩌면 내가 가진 안 좋은 것을 빼는 해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동안 나는 뭔가를 나에게 ‘입히려고만’ 하는, 인풋 요정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올해 아쉬웠던 것들을 모아, 그것이 덜 아쉬워지기 위해 무엇을 ‘안’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는 시간으로 12월을 보내보는 것도 참 좋을 듯싶다.


일단 매일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저녁에 자기 전에 폰 ‘안’ 보기, 늦은 시간에 야식 ‘안’ 먹기. 아, 근데 이런 부정적인 안 하기 방법으로 가면 실행하기 어렵다고 어떤 책에서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어떻게 하란 말이냐 트위스트 추면서.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시작은 나쁘지 않다 (고 하고 싶다). 최근에 퇴사와 함께 카메라를 팔았고 와콤 태블릿도 팔았다. 덕분에 당근 마켓 첫 거래를 경험해보았고 따뜻한 후기도 몇 개 더 추가되었다. 카메라와 태블릿을 판 것은 근 몇 년 간 나의 정체성이었던 것의 일부를 없앤 것이기도 하며, 과거의 나의 기억과 인연과도 공식적인 이별을 한 의식과도 같다 (태블릿은 과거의 사람에게 받은 선물이었으니).


이렇게 물건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애니어그램 4번 유형의 나는, 최근에 프랑스 영화 주간 덕분에 영화관에서 보기는 처음인, 나의 인생 영화 <아멜리에>를 혼자 롯데시네마 도곡까지 가서 볼 정도로 경험과 물건, 사건에 의미 부여를 상당히 하는 사람인 것이다. 2022년 12월 1일 목요일 오후 5시 30분, <아멜리에>를 보며 내가 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줄곧 하고 싶어 했는지 다시금 깨닫는 시간을 가졌다. 원인 모를 졸음에 초반부를 놓치기도 했지만 (죄송합니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님), 아멜리와 니노는 필름이 다 돌아간 이후에도 이렇게 저렇게 여러 가지 일을 겪어도 결국 두 사람이기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라는 17년의 시간을 보내왔기를 바란다 (2005년 개봉이었으니까 벌써 17년).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것이 콘텐츠의 형식이든, 서비스의 형식이든. 호기심을 잃지 않고 싶다. 꾸준히 창작하고 싶다. 꾸준히 창작하기 위한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 나는 절제하고 끈기를 기르고 용기를 내어야 할 것이다. 2023년에는 2022보다 조금 더 절제하고, 끈기 있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2022년 즐거웠다. 마치 대운이 바뀌기 전 휘몰아치는 바람의 해와 같았던 2022년도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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