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이탈리아 로마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중 하나는 단연 까르보나라 파스타였다.
어렸을 때 한국에서 먹어봤던 까르보나라는 크림이 듬뿍 들어간 파스타였다. 크림 파스타를 까르보나라라고 부르는 일이 참 흔했다. 위에는 작은 베이컨이 조각들이 올라가 있었고, 스파게티 면은 뽀얗고 걸쭉한 소스에 푹 담겨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까르보나라 파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게 됐다. 진짜 까르보나라는 크림이 아니라 달걀 노른자를 사용하고 이탈리아에서는 크림을 넣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여전히 약간은 촉촉하고 크리미한 까르보나라가 인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로마에 가보니, 진짜 까르보나라는 완전히 달랐다. 면은 알단테로 삶아졌고 (면에 씹는 맛이 살아있는 정도),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게티보다 리가토니 같은 짧고 통통한 면을 많이 사용했다. 이것은 짧은 면 안에 소스가 골고루 들어가서, 한입씩 만족감 있고 맛있게 먹으려는 로마 스타일이라고 한다. 노란 소스는 겉돌지 않고 면에 딱 코팅되어 나왔다. 그 모습도 맛도 너무 훌륭했다.
나는 원래 알단테로 삶은 면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살짝 퍼진 면을 선호했는데, 로마에서 먹은 알단테 파스타는 정말 놀라웠다.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관찰레(돼지 볼살로 만든 염장육)로 인해서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풍미가 파스타 전체에 퍼져있었고, 면수와 달걀 노른자, 치즈가 섞여서 부드럽고 깊은 맛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 요리는 정말 기본에 충실한 요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마 여행 중에 다양한 파스타와 피자를 맛보며 그런 점을 크게 느꼈다. 재료는 단순하지만 재료 본연의 깊은 맛이 느껴졌고, 전체 질감에 영향을 주는 요리의 타이밍/익혀진 정도가 아주 적절했다.
파스타를 예로 들자면, 신선한 재료는 물론 요리 타이밍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면을 삶는 시간과 옆에서 소스를 준비하는 타이밍이 딱 맞아야 한다! 파스타는 적당히 삶아서 (75프로정도) 바로 소스에 들어가야 제맛이 난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실행하려면 많은 경험이 필요하며, 나 역시 수년의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심플한 요리일수록 그 미묘한 맛의 차이는 요리사의 시간을 통한 기술과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 덕분에 제대로 된 까르보나라의 맛을 알게 되었고, 이탈리안 요리 유튜브 채널인 '이태리 파브리'를 (한국에 많이 알려진 이탈리아 셰프) 통해 레시피를 다시 복습하며 집에서도 맛있는 까르보나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 둘째 아이도 이 까르보나라만큼은 너무 맛있게 먹으며, 도시락으로 싸달라고 할 정도이다.
'까르보나라'라는,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이 요리를 만들면서 정통 이탈리안 요리를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크다. 단지 하나의 요리 레시피를 넘어서, 한 나라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한 기분이다. 요리는 배워도 끝이 없는 세계라는 걸 다시 느꼈고, 더 많이 여행하며 전 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만나보고 싶어졌다.
https://youtu.be/12ySDUnSZOQ?si=4-9ttY8kSRQm2Dfm
셰프 파브리의 까르보나라 레시피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