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2를 시청하며.
최근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된 흑백요리사 시즌 2를 보며,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많이 공감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특히 오래 요리해온 사람만이 가진 ‘내공’에 대해서 말이다.
백수저(상대적으로 세상에 많이 알려진 요리사들) 팀에 나왔던 선재스님이나 후덕죽 셰프의 요리가 특히 인상 깊었다. 그들의 요리는 겉으로 보았을 때, 다른 셰프들의 요리에 비해 꽤 심플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외국 시청자들 중에는 “왜 그렇게까지 높이 평가받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사찰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거나, 요리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시간을 수년, 수십 년 쌓아온 사람이라면 그 평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로 이해하게 된다.
나 역시 아직도 멀었지만, 시간과 경험이 쌓일수록 음식의 디테일이 분명히 달라진다는 것을 요즘 들어 강하게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 종종 들렸던 평가들이 있다.
“채소를 완벽하게 익혔다.”
“맛의 조화가 너무 좋다.”
“재료 본연의 맛이 돋보인다.”
이런 말들은 경험이 길지 않은 셰프들이 쉽게 듣기 어려운 평가이기도 하다.
이 크기의 채소는 어느 정도까지 익혀야 하는지, 이 재료는 어떤 방식으로 조리해야 가장 맛이 살아나는지. 이런 감각은 레시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년 동안 같은 재료를 만지고, 실패하고, 다시 만들어본 사람만이 몸으로 아는 지점이다.
실제로 선재스님의 음식을 맛본 사람들 역시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이렇게 간단한 재료들만으로 이런 맛이 날 수 있을까?”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이 40–50년 동안 온 마음을 다해 요리를 해왔다면,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특히 요리에 긴 역사가 없는 나라, 예를 들어 미국 같은 곳에서는 같은 요리라도 기본 장이나 원재료의 미묘한 차이가 얼마나 큰 맛의 차이를 만드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단순한 요리일수록, 그 맛을 가장 정직하게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그 맛을 과하지 않게 충분히 끌어내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기술’이고, 우리가 지향하는 건강하고 수준 높은 요리의 방향이다.
요리 쇼를 보는 일은 언제나 재미있다. 화려한 요리 기술들은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나를 진짜 감동시키는 순간은 대개 아주 작은 디테일에서 온다.
이번 시즌 우승자였던 최강록의 요리도 그랬다. 빠르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분명한 의도와 많은 생각이 담긴 요리였다.
그래서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 안의 맛이.
아마도 어느 정도 요리를 진지하게 해본 사람이라면 나와 비슷한 지점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