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문턱을 넘기 직전..처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3년전 ... 내 인생에는 땀흘리며 운동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아주 가끔 방문했던 헬스장의 유산소 기구를 할 때 조차도 숨이 차고 땀이날 기미가 보이면 속도를 줄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기구를 타며 내가 보고싶은 영상을 아이패드로 시청하는데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숨차고 땀나는게 힘들고 싫었다.
만 37세가 될무렵 둘째를 낳았다. 첫째를 나은 후 6년만의 출산이다. 몸이 예전과 다르다고 느낀건 아이가 세상에 나온 순간부터이다. 분만후 지혈이 늦게 된건지 뭔가가 덜 빠진것인지 마무리 하는데에 긴 시간이 걸리며 온갖 고생을 다했다. 아이가 들어있던 나의 배 역시 과연 아이가 나온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여전히 불룩 솟아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훨씬더 많은 부분에서 첫째때와는 다른 힘겨움을 느꼈다. 30대 후반의 내 체력은 바닥을 쳤다.
둘째는 (코비드19) 팬데믹 베이비이다. 코로나 때문에 운동을 하기위해 어디로도 가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홈짐(home gym)을 꾸미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도 그 운동에 일조해 일립티컬 머신을 하나 구입했다. 트레이드밀은 뭔가 힘들면서 지겹고 자전거는 앉아서 타니까 운동이 좀 덜 되는 것 같다는 논리를 활용해 선택한 구매였다. 믿거나 말거나 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은 늘 머리속에 있었다. 오랜만에 타는 일립티컬은 정말 헉소리나게 힘들었다. 고작 레벨1. 온몸이 후들거리며 힘이 다 빠진다. 10분도 채우기가 힘들었다.
출산후 처음 일년은 수유를 포함한 이유식 먹이기, 수면등 아이와 함께 훈련할 것들이 참 많다. 아이를 잠깐이라도 봐줄 가족이 주변에 전혀 없는 이곳에서 신생아를 데리고 내 건강까지 신경쓸 여유따윈 없었다. (운동 습관이 이미 잡혀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데리고도 조금씩 운동을 시작하지만 나는 내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이를 둘 낳은 30대 후반의 아줌마. 마음은 심난하고 몸도 늙어가는게 느껴졌다. 평생 걱정해본적 없는 뱃살도 자기집을 찾은냥 편안하게 붙어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일립티컬을 타면서 내 정신을 깨워줄 무언가가 있지않을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이 기분나쁜 뱃살과 축처진 기분을 날려보낼 뭔가가 필요했다.
운동을 열심히 안해본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것은 무엇일까? 운동자체일까? 아니면 매일 아주 조금이라도 운동다운 운동을 실행하는 (시작!)것일까? 나는 당연히 두번째라고 생각한다. 시작 하고자 하는 의지! 운동습관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헬스클럽 멤버쉽이 있더라도 잘 가지 않게 된다. 나의 경험이다. 집밖으로 나가는 것도 힘들고 정작 맘먹고 간다 하더라도 운동이 될 만한 클래스에 참여하거나 여러가지 기구를 연습하는게 여간 부끄럽고 눈치보이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운동을 안해본 많은 사람들이 유산소 운동 기구만 기웃거리다가 집에 가는 것이다.
아무튼 팬데믹 덕분에 헬스장은 못 가는 것이고 내 뱃살을 조금이라도 덜어내야겠다고 판단한 나는 집에서 매트운동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요가나 매트 필라테스 말이다. 산후 체형도 잡을겸 코어 발달에 좋으니까? 당시 플랭크 5초도 힘든 코어를 가졌던 나는 침대 아래쪽 여유공간에 요가매트를 깔았다. 그냥 깔아놓았다. 하루종일. 그게 운동의 시작이었다. 2021년 4월.
지금 생각해보면 요가매트를 후루룩 던져서 펼친 후, 노트북에 따라할 영상을 띄우고 운동을 시작하는게 뭐 그리 힘든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3년전에는 그 간단한 과정이 머릿속으로 100번의 다짐 후에 실행되었다. 초급 레벨의 적당한 영상을 찾는것도 고역이었고...(정보의 홍수는 두통은 준다..) 결국 10분짜리 잠자기 전 스트레칭으로 시작했다. 운동이라고 하기엔 확실히 부족하지만 매일 그 10분을 반복하는 연습을 했다. 노트북을 가져오고 영상을 켜고 매트 위에 올라서는 연습이다. 하고싶을때 하면 영원히 안 할것이기 때문에 자기전에 딱 10분만 했다.
그렇게 2주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가끔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도 펴놓은 매트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매트에 앉아서 유튜브를 켜고 다양한 채널의 영상을 구경했다. 친근하게 말이 많고 약간은 시끄러운 선생님이 초반에는 참 재밌고 좋았다. 수준이 괜찮아 보이는 영상은 며칠 따라해보며 동작을 익혔다. 한쪽 다리를 들고 뒤로 쭉 뻗는등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은 동작에도 엄청난 땀을 흘렸다. (*약간은 힘이들며 불편하고 땀이 나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한다.)가끔은 큰 아이가 옆에서 함께 따라해주기도 하며 쉬지 않고 꾸준하게 매일매일 이어나갔다. 10분이 20분이 되고 가끔은 30분도 되었다.
이런식으로 몇개 채널의 영상들에 익숙해지니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생겨났다. 정적인 요가보다는 매트 필라테스가 나에게는 잘 맞았다. 가르쳐주시는 분 역시 텐션이 높고 신나는 분들 보다는 잔잔하게 설명해주는 스타일이 더 집중되고 좋아졌다. 나의 '최애' 유트브 채널 "move with nicole"을 찾은 후로 이 채널의 영상을 보며 지금도 3년째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5-6 개월 후부터는 매트필라테스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첫번째 스케쥴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남편도 합류했다. 아침부터 땀나고 허기지는게 초반에는 유쾌하지 않았지만 발전하는 체력과 점점 단단하고 납작해지는 배를보면서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 누워서 한번도 제대로 들수 없었던 두 다리도 쭉 펴고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많은 변화를 기대했던 나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2022년 1월이다. 집에서 매트 운동을 시작한지 9개월 정도 지났을때이다. 지금 돌아보면 뛸 수있는 기본기가 되어준 체력이 매트 필라테스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20-30분 사이로 하던 필라테스도 쉬운 운동은 아니었지만 달리기는 또다른 정신력과 참을성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숨도 많이 가쁘고 몸에 가해지는 충격도 훨씬 강했다. 하지만 그 또한 반복을 통해서 강화되고 발전되었다.
(-저의 달리기 여정에 관한 내용은 다른 글을 읽어주세요^^)
운동이라는 것은 습관이다. 그 습관을 만들어서 유지하지까지 참 긴시간이 걸렸다. 사실 아직도 매일 운동을 시작하기까지 참 많은 고민을 한다. '나중에 할까?' '내일 조금 더 하면 되지 않을까?' '비가 아주 많이 왔으면 좋겠다(못 나가게^^;;;)' 등 수많은 생각을 한다. 그래도 내가 해야하는 최소량을 정해놓고 꼭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절대로 하고 싶은 기분이 들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해오고 있다.
40이 넘어가면서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20-30대에는 운동을 하든 안 하든 그 차이가 크게 눈에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그 젊음 자체로 싱그럽고 아름답다. 폭식을 하고 과음을 해도 회복이 빠르다.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40대로 접어들게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큰 체력 저하를 느끼게 된다. 나처럼 출산과 육아를 하며 더 빨리 노화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것이고 일과 스트레스, 잦은 외식으로 몸이 이미 많이 상한 사람들도 있을것이다. 물론 일찍부터 운동과 친해서 건강하게 40대를 맞이하는 사람들도 많다. 본인의 상황에따라 시작의 힘듦은 다를 것이다. 뭐든 늦은 때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룰수록 시작이 힘들어 지는건 확실한 사실이다.
체력이 있어야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고 아이들과도 즐겁게 놀 수 있으며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인생의 기본 바탕이 건강이다. 처음부터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아주 작은 시작을 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경험을 정리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