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망토에는 배지가 하나 달려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전신 모양을 한, 작은 배지다. 모임에서 만난 자매님이 갖고 있던 것을 망토에 손수 달아주셨다. 이 배지를 보고 내가 신기해하고 좋아하자, 선뜻 내어주신 것이다. 망토를 입을 때면 자연스레 교황님과 교황님이 함께 해주실 거라고 말씀하신 자매님을 떠올리게 된다.
교황님이 어느새 나이가 많이 드셨다. 휠체어를 타신 모습에서 세월을 느끼게 된다. 고령에도 가톨릭 교회의 쇄신을 위한 노력에는 변함이 없으시다.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기 위해 프란치스코 성인을 당신의 교황명으로 선택하셨고, 복음의 정신에 따라 교회가 거듭나도록 노력해 오셨다. 교회 안팎의 여러 부침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중심에 두고 행보를 이어가시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교황님이 교회라는 십자가를 안고 가시는구나 생각되었다. 당신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사람들과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나가려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교회에 대한 크신 사랑을 알 수 있다.
일요일 저녁에 청년미사를 참석할 때면, 청년들보다 일반 성인신자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30년 후의 교회 모습은 어떨까? 기울어가는 교회의 운명을 알 수 없지만, 교회에 여전히 교황님이 계시다는 것은 분명하다. 교황에 즉위하시고서 베드로광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당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말씀하셨다. 그 겸손한 부탁이 생각났다. 교황님을 위해서 그분의 사목을 위해서 기도해야겠다. 자매님을 통해서 나와 함께해 주신 교황님, 이렇게 나도 그분을 동반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