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느님, 나는 누구이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by 김상원

"하느님, 나는 누구이고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것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이야기할 때 듣게 되는 기도이다. 이 기도문을 묵상하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정의할 때, 보통은 나 자신의 생각이나 주변사람들의 생각에 영향을 받고 때로 의존하게도 된다. 그런데, 나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 모두 어떤 특정 측면이나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전체성을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왜곡되거나 그릇될 수도 있다. 또한 주변의 평가를 내면화하는 경우에 자신에 대한 생각이 자칫 굳어지고 경직될 수 있다.


그에 반해,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에서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하느님을 향해서 하고 있다. 우리 자신이나 세상의 틀에서 보는 생각이 갖게 되는 어쩔 수 없는 한계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겸손하게 하느님을 향하는 것이다. 하느님으로 관점을 돌릴 때, 우리의 자기인식이 확장되고 새로운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이미 갖고 있는 자신의 대한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기도문은 관계성을 드러내고 있다. '나'라는 인간이 '하느님'이라는 근원에서 오고 그분께 돌아간다는 것과 그 분과의 연결성 속에서 살아간다는 깨달음으로 하느님을 부르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관계가 없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 안에 갇혀버리게 된다. 관계성과 연결성이 없는 상태는 출구 없는 고통과 다름이 없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기도에는 관계 안에서 나를 찾고 그분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살아있다. 나에 대해, 하느님에 대해, 그리고 그 분과 맺는 사랑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알아가면서, 우리가 자유로워지는 동시에 하느님도 자유롭게 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느님과 하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