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 제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참 표현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은이인 안소근 수녀님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여성 수도자의 목소리를 통해 듣는 하느님 이야기가 무척 반갑고 친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성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삶의 체험과 묵상이 더해지며, 유머 감각과 진솔한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겁지 않으면서도 마음에 스며드는 호소력이 있었습니다.
‘굽어 돌아가는 하느님의 길.’ 사실 저는 직선으로 뻗은 길을 좋아합니다. 미국의 한 작은 시골에서 살던 시절, 가까운 두 도시를 오가곤 했습니다. 직장은 오래된 도시에 있었는데, 그곳의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며 오르막 내리막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제가 살던 도시는 넓은 도로 위에 계획적으로 지어진 집들이 질서 정연하게 놓여 있어, 돌아오는 길에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할 때면 가슴이 트이면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런 직선적인 길을 선호하는 제가, 하느님의 길이 굽어 돌아간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 것이죠. 지금 제 삶을 보아도 그렇고, 과거를 돌아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굽어 돌아감’이라는 말에서 저는 광야를 떠올리게 됩니다. 제게는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던 광야 시절이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미국 시골에서의 생활 동안, 많은 괴로움을 겪었고 분노와 원망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기는 제게 정화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 안에 있던 엘리트주의(elitism)를 인식하고 정직하게 마주하며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판단하는 시선이 거두어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과정은, 제 내면에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엘리트주의가 만든 한계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곧 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과 맞물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광야는 제게 해방과 자유를 잉태하는 공간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굽이굽이 돌아 어지럽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하느님은 당신께서 무엇을 하고 계신지 정확히 알고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