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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원 Sep 02. 2024

차별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가 있을 텐데, 나에게는 인종차별이 그렇다(물론 나에게는 몇 가지 다른 민감한 주제들이 더 있다). 순전히 소수인종으로 살았던 내 과거 경험에 기인한다. 열여덟 해 동안 미국의 여러 곳에서 살았다, 동부 서부 중서부 남부 그리고 도시 교외 시골 등. 지역마다 인종 구성, 소득 수준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소수인종으로서 비교적 편안하게 느끼며 지낸 곳이 있는 반면에, 공기 중에도 인종차별이 있다고 느끼며 지낸 곳도 있다.


미국사회의 인종차별은 매우 민감하면서도 뿌리 깊은 문제이다. 과거 대학재직 시절에 대다수의 백인 동료들을 보면서 그러함을 알게 되었다. 한 예로 교원채용에 관여할 당시에, 나는 무의식적 편견(unconscious bias) 교육을 받게 되었다. 채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종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의무 교육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교육에 참석한 백인 동료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방어하기 위해 할 말이 많은 듯 보였고 결과적으로 교육을 담당하는 동료교수는 애를 먹는 분위기였다. 무의식적 편견에 대한 교육을 받아도 즉각적인 효과를 얻기는 어려워 보였다. 반면 소수인종 동료들과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동병상련의 정서가 있었다.


이런 경험은 다른 황에서 인종차별을 받는 이들과 동일시하는 마음을 갖게 했다. 뮤지컬 '빨래'를 보면서, 한국에서 차별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았다. 만약 내가 인종차별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억울함과 억눌림과 분노에 그렇게까지 감정이입할 수 있었을까. 그래서 지금도 마음 아플 때가 있지만, 과거 경험을 통해서 나의 시야와 이해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지게 된 건 다행이라 여긴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인종문제가 첨예하지는 않은 듯하다. 그렇지만 인종은 소수자를 정의하는 여러 특성 중의 하나이며, 성소수자, 채식주의자, 신체장애자, 정신장애자 등 다른 소수자 집단이 존재한다. 주류사회에 속하는 사람이 소수자를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나에게 일종의 화두와도 같다.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우월감과 부당한 권리의식으로 상대방을 해하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말이다. 내가 깨어있으려 노력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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