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에 들러, 두 손에 들어오는 작은 화분을 샀다. 햇볕이 잘 드는 거실 창가에 두었다. 때맞춰 물을 주는 것 외에 특별히 해준 건 없었다. 잘 자랐다. 그래서 얼마 안 되어서 화분을 바꿔주었다. 도자기로 된 튼튼하고 크기도 넉넉해 보이는 것으로. 계속 잘 자랐다. 크는 걸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어느 일요일 아침, 그날도 화분에 눈길을 주었다. 그러다 내 두 눈을 의심했다. 화분이 깨어져 있었다, 조용히. 누가 그런 것이 아니라, 폭풍성장하는 식물이 자기 힘으로 화분을 깨고 자라고 있었다. 그 뒤로, 8년을 함께 하는 동안, 두 번 더 화분을 바꿔주었다. 미국을 떠나 오면서, 지인에게 돌봐 달라고 드렸다. 그때는 성인 남성이 두 팔을 벌려 힘껏 들어야 할 정도가 되었다.
나는 가끔 이 반려식물을 떠올린다. 자신을 이리도 적극적으로 알리는 당참과 생명력에 대해. 그리고 사랑에 대해. 사랑은 성장을 돕는다. 나는 사랑하는 존재의 필요에 응답하는가, 그의 성장에 마음을 쓰는가. 아니면 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가. 내 사랑이 그의 존재를 담아내고 품어주려면, 그가 발달함에 따라 나도 함께 변화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내 사랑에 갇혀 버리거나 박차고 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