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러브레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원 Sep 12. 2024

아이와 우노(Uno)

매우 영민한 아이였다. 아이가 하는 말, 어휘력과 표현력에서 금세 알 수 있었다. 아이는 우노 카드게임을 즐겨했고 무척이나 이기고 싶어 했다. 어느 날 한참을 망설이더니 우노를 선택했다. 그러면서 "내가 우노를 선택할 거라 기대했어요?"라고 내게 물었다. 뜻밖의 질문이었다. 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선생님은 너가 무얼 선택할 지에 대한 기대가 없었어. 그보다는 너가 무엇을 고를지에 관심이 있었어."


아이의 질문은 내 마음속에 맴돌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가 주변 사람의 기대를 의식하겠구나 싶었고, 이것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아이는 어른들의 기대에 맞추려 할까 아니면 기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려고 할까? 어른들의 기대를 의식할 때, 아이는 어떤 기분과 생각이 들까? 그리고 나의 대답은 아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까?


아이가 내게 물었던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바람이 있었다. 그 시간과 공간에서 아이와 온전히 함께 하는 것. 나의 선입견이나 기분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러한 관계 안에서 아이가 받아들여짐을 경험하고 자기 자신일 수 있는 자유로움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아이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그녀는 언제 행복해질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