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의 하루] 붕어빵 3개 먹고 낮잠 자기

이것이 진정한 행복인걸...

by 하마생각

'이따가 점심 먹고 백화점 한번 가보자!'

아침 먹고 설거지하시던 엄마는, 커피를 내리던 나에게 귓속말을 걸어왔다.


조금 있으면 있을 아빠 생신 선물을 사러 가자는 신호였다.

'알았어!' 나도 귓속말로 답하였다.


포닥을 가기 전에 딱히 일도 없고 일정도 없고 약속도 없는 나는 요즘 백수생활을 만끽 중이다.

주로 하루를 '1. 밥 먹기 -> 2. 책 보기 -> 3. 또 밥 먹기 -> 4. 쉬기 -> 5. 운동 가기 -> 6. 밥 먹기' 순 혹은 5번과 6번을 바꾸어서 생활하는 게 나의 루틴인데, 아빠 생신선물 고르러 가는 중요한 일정이 생긴 것이다.


우리 집 앞 15분 거리에는 작은 백화점이 하나 있는데, 중요한 선물 (예를 들면, 아빠 생신선물)은 그곳에서 고르곤 한다. 올해 아빠 선물 후보는 겨울 와이셔츠 아니면 손수건이다. (사실 올해뿐만 아니라, 매해 선물은 비슷하다.)


나는 아침밥을 먹고, 책을 보다가 또 점심을 먹고 드디어 백화점으로 외출하기 위해서 멋지게 차려입었다.

마침 아침에 수선집에서 기장 수선을 마친 새 코트를 찾아왔기에, 새 코트를 개시할 절호의 찬스였던 것이다.


새 코트를 입고, 새 목도리도 두른 채 엄마를 기다렸다.


엄마는 맨날 입던 패딩을 입더니, 나에게 한마디 하신다.

엄마: "왜 그렇게 차려입었어?"

나: "백화점 가는데 이 정도는 입어야지!"


그렇게 우리는 다소 상반된 패션으로 길을 나섰다.


오랜만에 백화점에 갔는데, 남성복 매장이 대거 축소되어 있었다.

층은 더 위층으로 밀려가고, 그나마 하나 있는 셔츠매장도 구석에 있어 조금 헤맸다.

(아마 백화점에서는 남성복으로 매출을 많이 못 올리는 모양이다.)


우리는 아빠에게 어울릴만한 셔츠를 빠르게 스캔했고, 넌지시 가격을 문의했다.

"21만 원짜리인데 세일해서 17만 원이에요!"


속으로 뜨끔했다. '원래 남성 셔츠가 이리 비쌌던가?' 그리고 빠르게 내 통장잔고를 되뇌었다. 흠.. 이거 좀 무리겠군.


아마 엄마도 비슷한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반응이 시큰둥했다.

우리는 그렇게 1~2분 그 매장을 빠르게 스캔한 뒤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좀 둘러보고 올게요~~"


그런데 더 둘러봐도 셔츠를 파는 다른 매장은 없었고,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할인 행사코너에도 가봤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엄마는 말했다. "셔츠가 원래 이렇게 비쌌었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니었다. 몇 해전 같은 브랜드에서 아빠 니트 베스트를 샀을 때도 그 가격은 안 했었으니까 말이다. 물가상승이 옷값에도 해당되는가 보다.


나는 말했다. "엄마, 걱정 마. 인터넷으로 더 좋은 가격에 괜찮은 셔츠 찾을 수 있을 거야~"


몇 번의 경험으로 나는 백화점에서 본 물건을 인터넷에서 사면 훨씬 싸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거의 확신에 차서 이야기를 했고, 잠깐의 서치로 인터넷에서 같은 브랜드의 셔츠가 반값도 안되게 파는 것을 엄마한테 보여줬다. 엄마는 즉시 반응했다.


"그럼 우리 여기서 같이 서치 해보자~"


그렇게 우리는 백화점 코너에 있는 자리에서 폭풍 서치를 시작했다.

엄마 왈, "여기 와이파이가 빨라서 좋네~~~" 나도 동의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 다른 방법으로 서치를 했고, 엄마가 발견한 사이트를 통해 멋진 셔츠를 좋은 가격(십만 원 언더)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어쩔 때 보면 인터넷 쇼핑은 나보다 엄마가 한수 위다.


구매완료 후 엄마는 말했다.

"어쨌든 백화점에서 샀네~!?" 나는 또 동의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게 만족하고 우리는 백화점에서 쿨하게 나왔다. 사실 나 혼자였으면 백화점 식품 코너에 있는 빵집을 들렀을 것 같지만, 엄마가 내가 빵을 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차마 빵집 들리자고는 하지 못하였다.


만족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집에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 먹기로 했다.

(사실 내가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랐다.)


엄마가 팥 3 슈크림 3개 쿨하게 대량 구매를 하셨다.

평소 1인 1 붕어빵만 해오던 나는 너무 많다고 했지만 엄마는 안 많다고 쿨하게 4000원을 결재하셨다. (요즘 붕어빵은 3개에 2천 원이다. 값이 많이 올랐다.)


붕어빵을 받아 들고선, 재빠르게 나누어 먹었다.

엄마는 팥. 나는 슈크림.

너무 맛있었다.

금방 해치웠고, 다시 하나씩 더 먹기로 했다.

또 엄마는 팥. 나는 슈크림.

두 번째도 역시나 맛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붕어빵도 해치우면서 걸어가다가, 엄마가 말했다.

"나는 하나 더 먹을래!"

나도 용기 내 말했다. (사실 하나 더 먹고 싶었는데 돼지 같을까 봐 참고 있었다.) "나도!"


이번엔 엄마가 슈크림. 내가 팥.


팥도 역시 맛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10여분 걸어오는 동안 3개씩 붕어빵을 먹고, 집에 와서 낮잠을 퍼질러 잤다.


눈을 떠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어있었다.

이것이 행복이지. 진정한 백수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요즘이다.


#오늘의 행복: 배 터지게 붕어빵 먹고 낮잠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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