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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13. 2024

운명의 수레바퀴

고대 그리스 신화에 보면 운명의 세 여신이 나온다. 

'모이라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을 결정하는 세 명의 여신으로 밤의 여신 '닉스'의 딸이다. 

주된 이야기 속 인물들은 아니지만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들의 인생에 개입하는 중요한 존재다.

어떤 신화든 그 나라 혹은 민족의 사상과 인생관을 드러낸다. 

'모이라이'도 '각자가 받은 몫'이라는 뜻으로 인간은 각자 주어진 운명의 몫이 있고, 그 운명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가치관이다. 

세 자매는 지하 세계에 머물면서 자신들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첫째 클로토는 베를 짜는 여신으로 운명의 실을 뽑아낸다. 둘째 라케시스는 그 실을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막내 아트로포스는 운명의 실을 가위로 잘라 생명을 거두는 역할을 한다. 커다란 실타래와 가위, 가위로 실을 잘라내면 끝나는 인간의 삶을 표현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돌잔치에서 아기가 실타래를 잡으면 오래 살 거라고 좋아하니 말이다. 

삼신할머니가 산모의 순조로운 출산과 건강한 태아를 관장하는 것도 운명의 세 여신과 비슷하다. 


운명의 세 여신




사람의 태어난 시각을 물어보고 답할 때 '저녁 7시 10분에 태어났어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묘시, 진시, 사시 등 십이간지에 맞춰서 대답한다. 고대 중국에서 시작된 십이간지는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체계로 우린 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다. 태어난 시에 따라 사주팔자가 다르다고도 하고, 실제로 산모 중에는 아이에게 좋다는 날과 시를 받아 출산을 하기도 한다. 태어난 해로 띠를 이야기하며 '닭띠니까 일찍 일어나겠어요 혹은 원숭이띠(잔나비띠)니까 돌아다니는 좋아하겠어요' 말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십이간지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새로운 기대로 부풀기도 하고 올해는 좀 더 뭔가 나아지려나 기대를 한다. 

그러면서 신년 운세나, 별자리 운세, 타로 점을 보기도 한다. 

아니면 정말로 신점을 보러 가기도 하는데 모든 것이 진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스의 운명의 세 여신처럼 결국 인간의 가치관이 들어간 부분이 크다. 

요즘은 태어난 환경, 부모, 시간 등 개인이 바꿀 수 없는 파이가 크기 때문에 심지어 이미 출생 때 그 사람의 미래 소득까지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꽤 과학적인 근거를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단순히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좀 더 조심하고,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하고 그렇게 되게끔 더 노력할 수도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아니며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그런 부분은 미신이고 하나님의 주관 아래 있기 때문에 신점을 보거나 하는 게 영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부분이 진짜이건 이건 사람의 믿음과 관련된 것이다.

내가 어떤 부분을 어떻게 믿을 것이냐의 문제.

나의 가정적 배경과 자라온 환경, 주변의 모든 것과 결합된 나란 사람의 총합이 결정할 문제이다. 


어떤 믿음에 대한 부분은 과연 내가 오롯이 나의 경험과 생각으로 결정되는 것인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이미 심어져 있는 그 '무엇'에 의한 길들임일까.

영화 '듄(DUNE)'을 보면 '베네 게세리트'라는 여성 집단이 나오는데 그들의 보통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인들로 메시아 '퀴사츠 해더락'을 만드는 게 그들의 임무이다. 이를 위해 이미 프레멘들에게 메시아에 대한 이야기를 퍼트려놓는 물밑 작업을 한다. 

메시아 = 리산 알 가입이라는 인물을 기다리게끔 그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다. 

영화 듄(DUNE) PART 2.



불교, 기독교, 힌두교, 이슬람교 그리고 별자리와 그 모든 정신적인 신념 혹은 종교적인 믿음이 인간인 우리의 삶엔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 것인가. 

어쩌면 전 우주에게 말하는 '시크릿'의 메시지처럼 사람의 염원이 만들어내는 것일까. 


과거엔 내 운명은 내가 만든다라는 생각이 강했고, 타로 점이나 운세를 보는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지금도 거의 그렇다. 

소금기 없는 국을 먹는 느낌이지만 여전히 '점'이 결과에 흔들리진 않는다. 

그 대신 좀 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에게 운명이란 무엇인지. 

나에게 있는 능력이란 무언지 발견한다면 '그것'이 마음에 들지 혹은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음력설이 지나고 봄이 된 느낌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절기가 주는 자연의 힘은 거스를 수 없을 것 같다. 

돌아라, 운명의 수레바퀴야. 

올해도 바퀴 굴러가듯 둥글둥글 잘 넘어가 보리. 

모든 사람들이 네모 바퀴 굴리느라 터덕터덕 힘들지 않고 동그랗게 잘 굴러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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