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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15. 2024

당신도 '램프라이터' 인가요.

어린 왕자를 다시 읽고 있다.

한 챕터씩 조금씩 조금씩.

분명히 인문고전독서지도사 공부를 하면서 질문도 만들어보고 잘 읽었는데, 왜 이렇게 새로운가.


어린 왕자가 5번째로 들른 별은 가장 작은 별로 램프라이터가 1분 간격으로 램프를 껐다 켜고 있다.

이것이 명령이라고 말하는 그는 계속 그 일을 반복한다.


"내 평생에 하고 싶은 것은 자는 거야. 나야 항상 쉬고 싶지."

"아저씨 별은 하도 작아서 성큼성큼 세 번만 걸으면 한 바퀴를 돌 수 있어요. 아저씨가 좀 천천히 걷기만 하면 계속 햇빛 아래 있을 수 있어요. 쉬고 싶으면 걷는 거예요. 그럼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 낮이 길어질 거예요."

- <어린 왕자> 열린책들.


쉬고 싶고 자고 싶지만 같은 일을 반복하는 램프라이터.

그가 말하는 명령이란 누구로부터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과거에 이 책을 읽었을 땐 요즘 현대인들은 뜻한다고 생각했다.

일정 시간을 노동력을 써야만 유지되는 삶.

투자나 재테크는 뒤로 하더래도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 더 많이 일해서 많이 벌어야지, 내 시간을 써야 유지되는 인생말이다.






여기만 벗어나면 다 괜찮을 것 같고 내가 하려는 작은 비즈니스가 잘 될 것 같아서 자유의 삶을 찾아 새로운 일을 시작해도 어느 정도는 결국 마찬가지다. 

직장이라는 일정 틀에서 벗어나 A부터 Z까지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을 때 얼마나 조직의 삶을 또 갈망하는지. 결국 양쪽 다 만족이란 없을 텐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장 안에 있을 때 작은 비즈니스를 경험하는 것이라는 걸 몰랐다. 

내가 가진 능력을 시간을 더 많이 써서 자본주의 라이프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송희구 작가는 이미 상당한 자산가이지만 직장 생활도 계속하고 있다. 


직장 끝, 경제적 독립 시작이라는 이분법적인 공식이 아닌 새로운 관점의 업이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경제적 은퇴라는 말은 이젠 좀 어울리지 않다.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그 또한 참 아름답고 고귀하다.

자산이 충분하니 이제 세계여행이나 다니며 편히 살리라라는 것은 상당히 곤란한 개념이 되었다. 






다섯 번째 별을 떠나며 어린 왕자는 서운함을 느낀다.

그동안 다른 별에서 만났던 왕, 술꾼, 허영쟁이, 사업가와는 달리 램프라이터는 우스꽝스럽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바로 이 사람이 제 자신이 아닌 다른 것에 정성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게 되어있다.

얼마만큼의 공간을 서로 내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배제할 수는 없다. 

또 지금 하는 일이 지겨울 수 있겠지만 한편으론 반대편에 있을 땐 그리워할 수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쉴 수 있는 마음, 잠시 멈춰도 된다는 생각이다. 

수많은 인증과 N잡러를  꿈꾸고 사는 세상에서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다시 또 하면 된다. 

지금 그만뒀다고 큰일 안 난다. 

별이 점점 작아지면서 불을 껐다켰다를 반복해야 하지만 한편으론 1440번의 해넘이를 볼 수 있는 다섯 번째 별. 그 별의 램프라이터가 잠시라도 해넘이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단 1초라도.






집안 청소와 일할 준비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오전 10시 한 시간 동안 잠을 자고 일어났다. 

큰일은 나지 않았고, 청소와 수업 준비도 잘했다. 몸이 덜 피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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