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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15. 2024

Rain

비가 오는지 모르다가 창밖을 보니 세상이 까맣다.

하는 일의 특성상 집 밖을 나가지 못할 때가 많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커다란 창을 내다보았다.

요즘 날씨가 따뜻하더니 봄비가 내리나 보다.

입춘이 지났는데, 환경이 아무리 오염돼도 절기는 거스를 수 없나 보다.


사놓은 믹스 커피가 보이지 않는다.

나름 건강한 걸로 마시겠다며 사온 커피인데 그새 내 뱃속으로 사라졌나 보다.

비 오는 날과 어울리게 카누 아메리카노 스틱 하나를 컵에 붓는다.

뜨거운 물을 부으니 뜨끈한 한약을 먹는 것처럼 든든하면서도 뒷맛이 깔끔하다. 

게을러서 드립백 커피나 입문하면 맛있다는 캡슐 커피도 마다한 채 무조건 편한 대기업 맛이 최고라고 믿고 있다. 






요즘 배가 콕콕 찌르듯 아플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2년 전 겨울 용산역이 생각난다.

친구와 의정부의 지인을 만나러 가던 길, 9시 10분 기차에서 내린 우리는 빈속을 간단히 달랠겸 역의 팥빵 전문점으로 향했고 하와이에서 대학을 보낸 친구는 라이언코나커피가 있다며 반가워했다. 외제 커피 먹을 생각에 신난 나는 같이 그녀의 추억을 곱씹으며 홀짝홀짝 마셨다. 의정부에 가면 부대찌개에 든든하게 밥을 먹을 테니 연신 커피를 마셔댔다. 아뿔싸. 의정부의 지인은 좋은 곳에 데려간다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갔는데 다소 진한 라이언 커피 흡입 후, 밀가루 음식이 들어가니 그때부터 하루종일 배는 요동을 쳤다. 낮에 스타벅스 카페라테까지 먹었으니 내 배의 속사정은 그들만 알리라. 저녁 기차를 타기 전 먹은 곰탕 국물로도 회복이 안되고 며칠 동안 커피는 입에도 대지 못했었다. 


오후 4시 30분, 거짓말처럼 날이 개고 해님이 반짝이다.

신비한 마법의 세계에 있다가 나온 것처럼 정신이 난다.

아메리카노만으로 심심한 오후, 이젠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겨울 코트를 입고 집 앞 컴포즈 커피로 향했다.

카페라테를 한 모금 맛보니 우유 맛과 함께 진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속에 커피가 주는 작은 기쁨이란 부정할 수 없다.

그저 오래오래 이 편안함을 맛보기 위해 위장 관리는 필수.

오늘도 커피 한 잔에 힘을 얻고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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