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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Feb 27. 2024

인간관계가 풀리는 마법

Normal  Aggression

아직도 수용적인 태도는 남아 있다. 

어릴 땐 대화를 마치고 뒤돌아 나서야 할 말이 생각난다.

아, 아까 이렇게 말할걸 하고 후회해 봤자 이미 시간이 흐른 후다.

싫으면 싫다 말 못 하고, 그냥 넘어가고 만다. 

어째 나이가 들수록 말을 잘 못한다.

이쯤 되면 원래 말 잘하는 능력은 없었지 싶다. 


원인을 생각해 보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첫 번째다.

착하다는 말, 큰 딸이라 살림밑천이다라는 말에 그러려니 하고 순종하며 살았다. 

가장 답답한 순간은 아이가 생긴 후다.

나 혼자 사는 인생이라면 맘껏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거나, 이대로 살더라도 그러려니 했을 거다.

내 아이가 나처럼 할 말 못 하고, 강자 앞에 수그리고 살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생겼다.


어느 순간 나이 들어가는데 내가 이 말도 못 하고 사나 하는 마음이 불끈 솟았다.

무슨 말을 하면 울기부터 하고, 눈물 흘리는 게 무슨 벼슬인 줄 알고 착한 인간 코스프레를 했었는데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무지하고 바보였던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것이야말로 피해를 주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막상 혼자 있을 때 억울한 마음이 잠식하여 후회해 봤자 속으로만 끙끙 앓거나 복수를 다짐할 뿐이다.

드라마나 영화처럼 나만의 복수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화려하게 등장하는 클라이맥스도 없다. 








오은영 박사는 '공격성을 발달시켜야 인간관계가 잘 풀린다'라고 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공격적인 것'과 '공격성'은 엄연히 다르다고 한다. 

전문적인 용어로 '정상적인 공격성'이라고 하는데 누가 나를 함부로 대할 때, "왜 그러시는데요"라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란다. 

바깥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고 부당한 것을 말할 수 있는 공격성.

타인에게 지나치게 위축되지도 않고, 반응을 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공격적이지도 않을 수 있다. 

상대방에게 나의 선이 여기까지이니 넘어서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당당히 할 말을 하는 사람이 결국에 배려받는다는 사실도 댓츠 트루.

나라마다 국경선이 있는 것처럼 이것이 인간관계의 'LINE'이라는 것.


사진: Unsplash의 Nick Fewings

- 나를 함부로 대하는 친구

- 나의 호의와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는 가족

- 권위를 내세우며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부모님

- 나를 점점 막 대하는 연인

- 부당하게 일을 몰아주는 상사

- 뭔가 꼬여버린 인간관계




무작정 화를 내자는 게 아니라 나의 응어리를 표현하는 방법.

지난 일요일 시댁에서 집으로 돌아온 이후, 저녁 식사를 차리지 않을 테니 식구들에게 알아서 먹으라고 말했다. 시댁에서 서운한 일이나 어떤 억울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다. 

어머님이 해주신 반찬, 만들어주신 간식을 겨우 보조나 하면서 맛있게 먹었지만 계속되는 설거지와 개인 시간의 부재에 집에서 선언을 한 것이다. 

식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중요한 일에도 휴식이 필요했다.

요리를 못하고 요리를 즐기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의 가치관이 그것에 있지 않아서일지도.

혹은 어서 책으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에게 집안일이 싫다고 말한다. 

싫지만 내 역할이고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니 너희들도 너희의 일과 집안일에 잘 참여하라고 부탁했다. 반복되는 양가 어머님의 레퍼토리에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그만 말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나의 공격성은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서 드러난다.

그걸 참지 않는 것만으로도 많이 발전했다.

마음속 응어리가 더 이상 쌓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다. 




학원생이 많이 늘었냐고 묻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다.

운동 시작했냐고 채근하지 마라, 내 몸뚱이다.

대학 나왔는데 그게 전부냐고 하지 마라, 대학이 유세냐.

수입이 얼마냐고 묻지 마라, 너는 얼마 버는데?

책 그만 사라고 하지 말아라, 네가 사준 적 있니?




아우, 속 시원해. 


사진: Unsplash의 Nathan Duml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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