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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Mar 18. 2024

아플 땐 OOO 꼭꼭 씹기

좀처럼 아픈 기억이 없다. 

어쩌면 감퇴한 기억력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일도 기억이 안나는 지경인데 말 다했다.

온 가족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 식구 중 마지막 보루였던 남편은 닭곰탕을 끓였다.

시중에 판매되는 삼계탕에 파와 고기, 찹쌀을 더 넣어 푹 끓였고 안방에서 끙끙대단 아이들과 나는 열심히 먹었는데 목 넘기는 것도 당시엔 힘들었다. 결국 본인마저 코로나에 굴복당하고 넷은 밀키트와 가족들이 조달해 준 음식을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그 외엔 딱히 심하게 아픈 적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젠 몸이 아프면 마음까지 약해진다. 

체력에서 자신감이 나올 나이다. 

이 정도면 젊다, 피부 나이는 어리다, 아직 버틸만하다 이런 말을 듣고 살려면 꽤나 건강에 신경 써야 가능하다. 어릴 땐 감기에 자주 걸렸는데 머리가 묵직해지고 어질어질한 순간이 힘드면서도 좋았다. 콧물이 심한 건 너무나 힘들었지만 머리에 물수건을 엄마가 가만히 올려주시고 죽을 먹여주면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 참 좋았다. 몽롱한 약 기운에 이불 위에 누우면 책을 읽어주시거나 <미녀와 야수> 같은 미드를 보던 엄마의 옆모습이 늘 어렴풋이 보였다. 


지난 토요일 햇살이 따뜻했던 오전, 엄마와 함께 마을 카페로 향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보이는 마을 카페는 벌써 이곳에서 9년째 운영 중이다.

코가 시큰거리는 나를 데리고 엄마는 쌍화차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쌍화차를 먹으면 몸이 따뜻하더라. 감기 좀 떨어지게 마시러 가자."


사장님은 막 밭에서 오시던 길이라며 카페 문을 부랴부랴 여시고 엄마와 나는 카페 안의 과일청이나 쌀, 꿀, 참기름 같은 제품들을 구경하며 자리에 앉았다. 예전엔 쌍화차는 어른들 차라며 먹지도 않았는데 이젠 마시면 든든하고 뜨끈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둥둥 떠있는 잣을 열심히 씹고 팥빙수 속 떡을 찾는 것처럼 밤을 찾아서 꼭꼭 씹어 먹었다. 도라지 정과와 호두 꿀 조림도 함께 오독오독 깨물어 먹었다. 차를 마시고 걷는 길. 뱃속이 따뜻하고 뜨끈해서 병원에 가지 않고 차를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에 당기는 음식보다 몸에 당기는 음식이 필요한 지금, 따뜻한 햇살만큼이나 몸이 좋아진 느낌이다. 


마음속의 온기, 몸속의 온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쌍화차'를 권합니다. 


쌍화차와 서비스로 사장님이 주신 둥글레 산수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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