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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돌봄 Jul 25. 2024

내숭떠는 그녀

내 사전엔 없다

이십대에나 그랬을거다.

내숭떠는건.

오래전 기억이라 잘 생각나진 않지만.

제복처럼 딱 떨어진 옷이 어울리는 나는 절대로 그런 적이 없다.....고 확신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순간이 있었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한 남자 아이.

뭐 스무 살 언저리니 너도 아이 나도 아이.

전화로만 이야기 나누던 우리는 특히 새벽에 통화를 했었는데

백프로 통하거나 느낌이 팍 오는건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았다. 

전화를 받을때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변조되곤 했었는데 이건 아마도 본능이지 않았을까.

엄청나게 서로를 멋지다 이쁘다 상상한건 아니었지만 내심 기대는 했었나보다.

실제로 얼굴을 마주보았을 때 서로 사기당한 눈빛 교환의 시간이 있었고

보이스피싱급 뒷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그 애의 표정은 적반하장의 쌍두마차를 탔었다.

말이 오가지 않아도,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던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 점에선 확실히 나와 통하는 아이였다. 

이것이 바로 나의 내숭의 역사의 전말이다.

내숭도 머리가 좋아야 가능하다.

연기는 체질이 아님을

여우가 아니라 곰이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곰처럼 지혜롭기나 바랄 일이었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고 커다란 달덩어리 실루엣으로만 남아있는 너.

자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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